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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전·현직 검사장의 굴욕…적은 내부에 있다
2016-07-15 06:00:00 2016-07-15 06:00:00
정해훈 사회부 기자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상장 후 매각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는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문제가 된 주식 매입 대금에 대해 말을 바꿔 오던 진 검사장은 결국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주식 매각으로 무려 12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는 것 외에도 매각 대금과 함께 고급 승용차를 받고,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가 일감을 수주받는 과정에 개입하는 등 검찰을 출입하면서 종종 접할 수 있는 피의자의 혐의가 바로 고속 승진으로 주목받던 현직 검사장에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다. 
 
같은 신분으로 같은 장소에서 조사를 받은 진 검사장의 연수원 4기수 선배인 홍만표(57 ·17기) 전 검사장은 한 달 전쯤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홍 전 검사장은 화장품으로 성공한 후 도박으로 추락을 맛본 한 사업가로부터 3억원을 받고, 수임료 신고를 누락해 15억원을 탈세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검찰의 권력이 그 어느 조직보다 막강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막강한 권력이 엉뚱한 곳에서 발휘될 때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조직 구성원까지 비판의 대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전·현직 검사장께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진 검사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뇌물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에 대한 조사로 지난달 초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신중을 거듭한 끝에 이로부터 한 달이 훨씬 지난 이달 중순에야 관련 장소를 압수수색했다. 김 회장을 소환한 직후 바로 진 검사장을 부른 것에 대해서도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 상황으로는 이들에 이은 '내부의 적'이 더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홍 전 검사장에게 두둑한 수임료를 챙겨준 화장품 사업가와 친분을 유지해 오던 서울중앙지검 검찰 수사관이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서울고검 소속 검사와 또 다른 검찰 수사관도 이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어떤 간섭도 받지 않으려는 권력이라면 자신을 통제, 때로는 단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만일 자기 통제가 안 된다면 그때는 마찬가지로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은 조직이 외부의 감시자로서 활동해야 할 것이다. 국민도 그것을 원할 것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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