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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의 '일감 몰아주기'…터닝메카드 대박 수혜는 최신규 회장 일가
박용진 "사익 편취, 공정거래위 조사 촉구"…마텔의 관계 재설정도 주목
2016-10-11 16:22:10 2016-10-11 16:29:49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세계 1위의 완구업체 마텔이 손오공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완구업계의 국산 명맥도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동시에,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 많은 의혹을 불러왔던 손오공과 관계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초이락)의 베일 속 거래내역이 드러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손오공은 지난 10일 “최대주주 최신규 회장이 보유한 주식 262만7539주(11.99%)를 마텔에 주당 5316원씩 총 139억6799만원 규모로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마텔은 손오공 최대 주주가 됐다. 기존 16.93%를 보유하고 있던 최 회장은 4.94%로 지분이 크게 줄면서 2대 주주로 물러섰다. 현 경영진이 유지된다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경영권 이전으로 보고 있다.
 
손오공 창업주인 최 회장은 콘텐츠와 제품을 결합한 ‘미디어믹스’에 일찌감치 주목, 한국의 척박한 문화콘텐츠 업계을 일군 선구자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얀마음 백구’, ‘영혼기병 라젠카’ 등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자했고,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와 손잡고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을 진행했다. 완구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등을 히트시켜 ‘장난감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기업인으로서의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해 일부 소액주주들은 손오공 대주주인 최 회장이 지위를 악용해 초이락을 통한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일감 몰아주기’, ‘부당거래 의혹’ 등을 제기했다. 재벌그룹들에서나 볼 법 했던 전형적인 사익 편취 방식이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초이락은 최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다. 법적 공시의무가 없어 매출 등 회사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손오공과 지분관계는 없고 초이락이 제품의 기획과 생산을 전담하며, 손오공이 유통을 맡고 있다.
 
 
 
초이락의 윤곽은 손오공의 재무제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된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손오공은 연결기준 매출액 1250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완구는 매출의 94%인 1185억원을 책임졌다. 초이락과는 제품 매입 등의 명목으로 매출의 65%인 779억원이 거래됐다.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다. 지난해 손오공의 영업이익률은 8.3%로 경쟁업체 오로라월드의 11%보다 낮았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터닝메카드 열풍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와 전년 동기 성적을 대조해 보면 문제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손오공은 올 상반기(1월~6월) 64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3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6.1%로 더 하락했다. 초이락과는 매출의 89%인 580억원이 거래됐다. 2015년 상반기 매출은 456억원, 영업이익은 41억원이었다. 초이락과는 316억원 거래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2억원 줄어들었다. 거래금액도 크게 뛰었다.
 
이는 경영진의 배임 의혹으로까지 이어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의 사각지대에서 대주주가 이익을 편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가 필요해 보이며, 국회에서도 해당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오공 측은 “거래내역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초이락이 개발비와 생산비, 애니메이션 제작 등을 전적으로 떠안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초이락이 생산을 맡고 손오공이 유통을 맡는 현재 구조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터닝메카드 테이머 챔피언십’ 대회 미션존 현장 모습이다. 사진/손오공
 
한편 손오공 주가는 전날 지분 양도 계약 공시 직후 상한가로 직행한 데 이어 이날도 19.32% 급등했다. '마텔 효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텔은 동아시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손오공은 취급물품이 다양해져 시장 장악력을 높이게 됐다”며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최 회장도 그간 제기된 초이락 자회사 편입 논란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마텔과 초이락의 관계가 변수”라며 “새로운 대주주 마텔이 기존 초이락과의 특수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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