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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비교 공시
전체 16곳 중 8곳만 공시…사잇돌2도 공시 못해…"당국 공시 기준 너무 높아"
2016-10-25 15:51:13 2016-10-25 15:51:13
[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저축은행중앙회가 처음으로 업계의 중금리대출 상품 금리비교 공시를 시행했지만 대형저축은행이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상품이 제외되면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상품에 대한 비교 공시 기준을 판매 실적에 대한 누적기준이 아닌 최근 3개월 기준으로 잡으면서 대거 탈락한 것이다.
 
업계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중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비교를 제공한다는 도입 취지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공시 기준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기준 완화보다 업계가 기준치를 맞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0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업계의 중금리대출 상품 금리비교 공시를 시행했지만 시중에 나온 16곳의 상품 중 8곳만 공시되고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정책금융 상품으로 선보인 사잇돌2대출 상품 역시 공시되지 않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가운데 사잇돌2대출을 취급 중인 저축은행은 30곳에 이른다.
 
현재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로 내놓은 상품은 SBI저축은행 '사이다'와 OK저축은행 'OK스파이크론', JT친애저축은행 '와우론', '슈퍼와우론', 한국투자저축은행 '살만한 직장인 대출 ',아주저축은행 '비타민' 등 16개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자사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중앙회 비교 공시 시스템을 통해서는 제대로 중금리대출을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비교공시에서 제외된 상품에 대해 저축은행들의 해당 상품 실적이 금융당국이 정해놓은 공시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기준으로 이번 비교공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당국의 취지에 따라 실질적인 서민계층까지 중금리 대출이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했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을 표방한 시장 상품들이 기준안을 넘길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정한 저축은행의 비교공시 중금리대출상품의 기준은 최근 3개월내 ▲평균금리 18% 이하 ▲4~10등급 70%이상 대출 공급 ▲월실적 3억원 이상인 상품 등이다.
 
특히 최근 3개월의 실적 기준으로 공시 기준을 잡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의 중금리대출 금리는 신용등급별 이용률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는데, 공시 기준에서는 일괄적으로 18%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또한 4~10등급 신용자에게 판매한 비중이 70%인 저축은행으로 제한한 것도 중금리대출 상품을 상대적으로 오래 취급해 온 대형사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대출공급은 이용고객의 신용등급별 이용률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출시한지 오래됐거나 실적이 늘어날 수록 불리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일괄적인 공시 기준에 제외되는 저축은행이 나오지 않도록 공시 자격 기준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이 4~10등급 신용자들의 공급비중을 늘리고 평균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정책금융 상품이 아닌 민간 금융사의 중금리대출상품에 사후적인 금융당국의 구분기준을 토대로 자격을 가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공시 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4~7등급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구분 기준(4~6등급)에 부합하고 있다"며 "중금리대출을 취급한지 오래된 저축은행들이 금리비교 공시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기준안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처음으로 업계의 중금리대출 상품 금리비교 공시를 시행했지만 대형저축은행이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상품이 제외되면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정운기자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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