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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도 비상체제 돌입…투자·인사 원점서 재검토
삼성, 인사시기 놓고 저울질…LG 나홀로 무풍지대
SK·롯데, 면세점 사업권 선정에 난항
2016-12-11 15:33:07 2016-12-11 15:48:33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계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주요 그룹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된 데다, 특검과 조기 대선 등 향후 정국을 강타할 주요 변수들도 도사리고 있어 인사는 물론 투자 등 사업계획 전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각종 법안 처리와 정책 연속성에도 제동이 걸렸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법인세 인상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재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정권이 바뀌면 법인세 인상 압박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가 불투명해진 데다, 다수의 경제민주화 법안들도 재계를 옥죄고 있다.
 
탄핵안 국회 통과 직후 경제단체들은 "경제만큼은 흔들림 없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에 노력하고, 정부도 경제주체들의 불안감과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인사와 사업계획조차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대다수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 기조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재편성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1일 "12월에는 내년도 인사와 사업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압수수색, 청문회에 특검까지 해야 하니 걱정"이라며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상황에서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이재용 부회장 체제 출범 등을 계기로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됐지만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삼성은 다른 그룹사들과 달리 최순실씨 모녀에 별도로 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 증인대에 서야 했다. 특검이 뇌물죄 입증에 방점을 찍으면서 불안을 떨칠 수도 없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연말 계열사별로 인사를 할지, 내년 2월경 미래전략실을 포함한 큰 폭의 인사 개편을 할지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로 등용된 임원진의 책임 하에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경영일정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연말 전략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현대차는 정국혼란 장기화와 함께 수출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내년 수출전략을 포함한 사업계획을 짜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변동성 확대와 수출시장을 둘러싼 악재 등으로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안갯속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출물량의 경우 정국에 따라 일정 부분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 현대차는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대처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매년 12월말 실시하는 정기인사는 차질없이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조차 확실치 않다.  
 
SK는 오는 15일 인사가 유력하다. 그간 SK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만큼 임기가 만료되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물러나고, 김영태 부회장이 자리를 대신하는 안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탄핵정국에 인사 폭이 최소한에 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회사를 정상화시키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끈 점 등도 복잡하게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롯데는 이미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연말 정기 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았다. 신동빈 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그룹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 새 사업자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여력이 없다. 특히 면세점 재승인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추가로 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부담도 커졌다. 지난 10월 신 회장이 밝힌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당면한 과제도 녹록치 않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또 다른 격랑을 예고했다. 권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광고계열사 포레카 매각 관련 외압,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최씨 개입 여부 등을 두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 부인이 박 대통령 및 최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회장 선임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그간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수난을 겪어왔으며, 권 회장 선임 당시 다들 "의외"라며 배경에 주목한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미르·K재단에 기부금을 냈지만 그외 별다른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LG와 GS는 예정대로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LG의 경우 구본준 부회장의 위상 및 역할 강화와 함께 전자를 조성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시키면서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체제 정비를 마쳤다. 한화는 조속한 경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예년보다 2달 앞선 지난 10월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11일에는 후속 임원 인사까지 마무리지었다. 
 
이처럼 재계 혼란이 가중되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회의 탄핵안 통과 직후 경제5단체장을 만나 투자와 고용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집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게이트로 인사와 사업계획이 늦어진 상황에서 탄핵정국으로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경제만큼은 차질없이 가야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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