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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문화 지고 식사에 곁들이는 반주문화 떠올라
2016-12-21 17:22:12 2016-12-21 17:22:12
[뉴스토마토 고경록기자]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폭탄주', '2차와 3차'.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술자리 문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던 모습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술자리 풍경이 점차 변하고 있다. 부담스러운 술자리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맥' 대신 가벼운 '저도주'를, '2차' 대신 집에서 편하게 혼자 마시는 '혼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술자리를 넘어서 점심·저녁 식사 풍경까지도 바꾸고 있다. 식사 때 술을 곁들여 먹는 '반주' 문화가 덩달아 떠오르게 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8월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주류 소비·섭취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폭탄주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55.8%에서 45.7%로 크게 줄어든 반면에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3년 20.2%에서 2016년 41%로 두 배나 늘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반주문화
 
반주문화는 통일신라 때부터 그 기록을 찾을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전통적인 술 문화다. 당시에는 매 끼니 때마다 술을 곁들여 먹었기 때문에, 양반가는 물론이고 민가에서도 저마다 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술 빚는 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이런 반주용 술들은 집에서 빚어 집에서 마신다는 의미로 '가양주(家釀酒)'라고 불렸는데, 이 가양주들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전통주들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맥이 끊겼거나, 한국전쟁 이후 식량위기에 따른 양곡관리법에 의해 가비양주가 밀주로 취급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돼 반주문화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반주문화가 없어진 지 거의 20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과거의 반주문화와 지금의 반주문화 사이의 비슷한 점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반주문화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로 '취하기 위한 술'에서 '즐기기 위한 술'로 대중들의 인식이 변했기 때문인 것처럼 과거 조상들도 취기 때문이 아니라 풍류를 즐기며 철학적인 사색을 위해 술을 마셨다. 
 
또한 조상들은 술을 빚을 때 좋은 향과 단맛을 내기위해 노력했는데, 이를 위해 단순히 곡류에서 나오는 단 맛뿐만 아니라 배, 앵두 등 다양한 과실을 사용했다. 이는 최근 인기를 끈 과일향이 첨가된 소주나, 여성들이 반주용으로 자주 찾는 매실주등의 과일주들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전통 반주문화를 재현하려는 사람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전통문화복합공간 '한국의집'은 신선로꿩떡국, 효종갱 등 겨울보양식 및 전통궁중음식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오찬메뉴들과 함께 식사에 곁들일 문배주, 소곡주와 같은 증류주, 복분자·오미자로 맛을 낸 과실주들을 내어 옛 선조들의 반주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남산의 산록 아래 위치한 운치 있는 한옥에서 우리 소리와 함께 즐기는 전통 궁중음식과 곁들이는 반주 한 잔은 옛 조상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에 신선로·구절판·전유화 등의 일품 궁중 요리부터 한식 뷔페, 코스 요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의집'에서는 또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 경주 법주·진도 홍주·전주 이강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특산품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가 전통방식으로 증류한 한주, 당진 해나루 쌀에 백련 잎을 넣어 발효시킨 백련 맑은술 등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반주로 손색없는 곁들임 술을 선보인다.
 
과음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
 
우리 전통주는 대부분 향이 좋고 단 맛이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을 음미하면 천천히 마시게 되고, 단맛이 강하다보니 2~3잔만 마시면 자연스레 잔을 놓을 수밖에 없다. 주량이 많은 사람도 서너 잔을 넘길 수 없고, 술을 못하더라도 한두 잔은 비우게 되니, 반주문화가 건강한 식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식사와 곁들이는 반주는 식사 후의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돋우어 주는 효과가 있다. 매일 저녁 과음으로 몸을 상하게 하는 것 보단, 하루 한두 잔의 적절한 반주로 조금씩 주량을 줄여나가며 건강을 챙기는 것은 어떨까.
 
 
고경록 기자 gr764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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