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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는 왜 늘어나지 않는가?
2017-02-14 08:00:00 2017-02-14 08:00:00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일자리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데다 4차 산업혁명이 고용시장에 전대미문의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등장이후 전 세계의 일자리를 둘러싼 공방(攻防)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해외에 나간 자국기업이나 미국진출 타국기업에게 ‘강압적이고 반 시장적’으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서 불법체류자의 추방과 이민제한 등의 조치로 미국의 안팎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과 관련된 기업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미국국민을 고용하라는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국 등 유럽국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애플이나 삼성 등 글로벌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나서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시장수요를 일으켜 소비를 진작시키고 생산을 증대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마치 각국이 ‘일자리 뺏기’ 전쟁을 하는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일자리문제는 각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을 비롯해 전체실업자가 늘고 있다. 사회전체가 일자리창출에 총력을 다 하고 있으나 실업통계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 9.8%를 기록하고 전체 실업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왜 일자리를 만들고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창업과 직업훈련에 정부예산을 쏟아 부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서 고용을 창출하기보다 기술의 채택과 활용을 기존시장의 고용을 대체하는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기술로 생산성향상을 위한 자동화는 물론 무인화(無人化)를 시도하면서 사람일자리는 로봇이나 기계로 대치되고 있다.
 
#1. 아디다스는 최근 후진국에 나가있던 생산공장을 23년 만에 독일로 철수했다. 달라진 것은 600명이 1년간 만들던 50만켤레의 운동화를 단 10명의 사람과 6대의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불량률과 맞춤형제조가 가능하고 3주의 제작기간이 5시간으로 단축됐다.
 
#2. 세계적인 대만의 전자제품생산회사로써 105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훙하이정밀산업의 중국공장 폭스콘(Foxconn)은 이미 6만명을 로봇으로 대체했다. 아마존고는 대형마트에 무인판매시스템을 도입해 한 매장의 평균인원 89명을 6명으로 감축한다고 한다.
 
우리는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최선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는 기업에 의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 간의 경쟁과정에서 시장과 상품은 물론 일자리가 이동하고 대체되고 사라진다. 여기에는 첨단기술의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생산증가로 일자리와 재화공급이 동시에 증가했다. 인구증가로 시장도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빠른 기술진보와 무분별한 채택은 반대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이는 고용유발계수의 감소에서 확인된다. 10억원의 재화를 산출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2000년 11.1명에서 2006년 9.7명 그리고 2013년에는 8.8명으로 떨어졌다. 농림어업이나 광업, 1차 금속제품, 건설업, 교육이나 보건업의 분야보다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전기전자기기, 정밀기계, 섬유, 금융·보험 등 고용이 많던 분야에서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은 0.66명에 불과해 평균고용의 10%에도 못 미치며 그나마 주요 대기업의 고용은 70%가 해외에서 이루어진다. 경제성장률 또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 2012년의 2.3%의 경제성장으로 43만7000개의 고용이 이루어진 반면 금년 경제성장률 2.6%가 달성되면 생기는 일자리는 26만개로 40%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작정 기술을 채택하고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도 정작 신규고용을 만들어내기보다 기존의 시장이나 인력을 대체하거나 감축하는 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특정산업이나 기업의 고용효과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고용감소의 역효과도 고려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이 신기술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소수의 고용을 창출하는 대신 다른 기업이나 산업에서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다. 기업의 수익성과 사회적 편익의 양자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트럼프가 반강제적으로 애플제품 50%를 만드는 폭스콘이 미국에 3만~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면서도 세계최대 고용규모 230만명의 월마트가 드론으로 택배인력을 대체하려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일자리를 명확하게 구분할 시점이다. ‘사람일자리’인지 ‘로봇·기계의 일자리’인지를 말이다.
 
이의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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