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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렇던 특검 끝났다…재계, 지배구조 개편 '잰걸음'
2017-03-02 17:46:38 2017-03-02 18:48:23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서슬 퍼렇던 특검의 종료로, 재계의 시선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동 중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관통하는 정경유착으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것은 부담이지만, 국회 일정상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게 됐다. 가장 다급했던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해체로 일보의 진전도 어려워졌지만, 특검 칼날에서 비켜난 현대차, SK, 롯데 등은 국회와 여론 동향을 주시하며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마지막 날인 2일 본회의에서 경제민주화 최대 쟁점 법안이었던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결국 빠졌다. 지배구조 현안이 있는 그룹들은 한숨을 돌릴 시간을 벌게 됐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법안이 밀린 이유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여야 간 이견 외에 환노위 사태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등의 변수가 컸다. 탄핵심판 후에는 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가시화된 조기 대선도 부담이다. 여야 모두 중도층 표심을 노려 대선 공약집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사회부터 인적분할 등기까지 최소 5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다가 유예기간에 추진할 경우 규제를 피한다는 지적이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로 경영시계가 제로인 상황이다. 지배주주의 지배력 차원에서도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은 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삼성물산 합병 이슈 등 인적분할 여건이 불리하다. 이미 삼성전자의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제외돼 개편은 미뤄졌다. 당분간 삼성은 재판에서 무죄 입증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금산분리에 엄격해지는 글로벌 시장 환경과 자사주 규제 입법 등 여러 요소로 체제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이 부회장의 1심 결과가 나오는 5월 말이나 6월쯤 지주사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는 지난달 미뤄졌던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 진도를 나갔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대폭 줄이고 계열사들을 사업별 4개의 비즈니스유닛(BU)으로 나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호텔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이 특검 수사 등으로 늦춰졌다”며 “사업별 BU 신설 등 조직개편을 준비 작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최근 롯데쇼핑 지분 약 7%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커지면서 롯데쇼핑 인적분할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호텔이 상장되면 순환출자 해소 등 지주사 전환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SK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회사 SK해운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존속법인인 SK마리타임(가칭)은 추후 SK와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 SK가 인수합병 투자 등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안팎에서 대두되는 SK하이닉스 자회사 승격설에도 힘을 보탠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 후 지분 스왑 또는 분할회사의 합병 등이 방법으로 거론된다. 이를 위해 SK 몸집을 키워둘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규제로 M&A의 제약을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지분이 없어 지배력도 떨어진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리면 SK 지분 30.86%를 가진 최 회장의 배당이익도 커진다. 과정에서는 SK텔레콤의 자사주(12.6%) 활용이 필요해 규제 입법 전 격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K는 금산분리에 따라 오는 8월 SK증권 지분의 처리 기한도 앞두고 있다. 국회 여건상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은 요원하다. SK 관계자는 “아직 6개월 정도 검토할 시간이 있고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거버넌스 기업설명회를 열고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 배당을 확대하면 지배주주 일가의 현금도 확충된다. 구조 개편에 쓰여질 실탄이다. 인적분할을 공식화한 삼성전자가 3년째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한 배경과 같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를 연결하는 순환출자 문제가 경제민주화 이슈에 걸려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인적분할 등을 활용하기 위해 잰걸음이 필요하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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