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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씁쓸한 미세먼지 특수
2017-04-09 14:39:40 2017-04-09 14:39:4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미세먼지 발생 일수는 증가하고 있다. 올 1∼3월 국내 미세먼지주의보 발령횟수는 86회다. 2015년 55회와 지난해 48회에 비해 각각 31, 38회 증가했다. 특히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8일로 지난해(4일)보다 2배 늘었다.
 
뉴스에서 미세먼지 기상도를 확인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되고 있다. 대선 주자 공약에 미세먼지 정책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미세먼지가 일생활은 물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일 것이다. 하지만 현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국민들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미세먼지로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종 제품을 구매하며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가장 값싸고 손쉽게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수백만원짜리 공기케어 시스템을 갖추는 가정이 있는가하면 고작 몇천원짜리 마스크밖에 챙기지 못하는 집도 생겨난다. 빈부에 따라 마시는 공기까지 달라지는 현실은 어이없으면서도 비참하기까지하다.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 방안을 포함한 미세먼지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기관과 집단생활을 하는 장소 등에서는 가장 먼저 갖춰야할 가전으로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한 공기청정기가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업체들로서는 또 하나의 '시장'이 생긴 셈이다. 공기청정기 제조를 위한 공장 라인이 밤새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업체들의 자랑도 들려온다. 미디어에서도 실내공기가 답답하다며 출연자가 자연스레 공기청정기를 켜는 장면이 수없이 노출된다.
 
인간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수록 기업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물과 공기, 환경에 대한 오염이 계속될수록 이 시장을 노리는 이들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면서 안전과 생명을 보장받는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것을 담보받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는 꼴이다. SF영화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이미 우리 주위에서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는 휴대할 수 있는 공기주머니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개발에 착수한 곳도 있을 것 같은데요. " 한 가전업체 관계자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밟고 서 있는 땅과 중력, 버튼만 누르면 들어오는 환한 불빛과 레버만 올리면 콸콸 나오는 따뜻하고 깨끗한 물까지...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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