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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조, 매각 중단 촉구…박삼구 '반전의 기회'
2017-04-11 17:26:37 2017-04-11 17:26:37
금호타이어 노조가 산업은행 앞에서 매각 중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호타이어 노조가 매각 반대 행동에 나섰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매각을 지연시켜 반전의 기회를 엿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선 나쁘지 않은 전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는 11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전 구성원의 고용보장이 명확히 담보될 수 없다면 즉각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3월28일 산업은행을 찾아 금호타이어 전 구성원의 고용보장 촉구 성명서 및 5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고용안정 및 고용 유지를 비롯해 ▲국내공장의 물량감소 금지 ▲국내공장의 신규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 지속 ▲인수대금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희생 요구 금지 ▲금호타이어를 독립체제로 경영할 것 등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기밀유지 약정을 이유로 답변이 없자 집회에 나서게 됐다.
 
노조는 워크아웃 졸업 직후인 2015~2016년 금호타이어의 경상손익이 적자였다며 매각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입찰 흥행에도 실패했고,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히 금호타이어보다 기술력이 낮고 자본력도 작은 중국 업체(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문제 삼았다. 산업은행과 주주협의회가 매각 차익을 위한 가격요소에만 중점을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도 힘을 실었다. 국회의원들이 집회에 참여해 자당 대선 후보의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조선산업 관련 여러 공격에 처해 있다"며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금호타이어 매각에 앞장서 저자세로 중국에 바치듯이 매각 협상에 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단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벌 이해를 대변할까 박 회장 편을 들지는 않았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박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서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승자의 패러독스에 빠진 것처럼 금호타이어도 부실을 초래할 수 있어 자금동원계획을 정확히 제시해야 컨소시엄을 허용하겠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라며 “누가 인수하든지 고용을 보장하고 쌍용차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호남 민심을 의식해 “금호타이어는 호남과 광주에서 오랫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는데 대선을 앞두고 날치기 하듯 매각을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기석 의원도 “금호타이어는 방위산업의 중요한 기술도 축적하고 있어 해외에 유출돼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허용대 금호타이어지회 지부장의 “고용 담보 없는 매각이 현실화되면 입장 표명이 아니라 생산을 멈출 것”이라는 경고로 이날 집회는 마무리됐다.
 
산업은행에 대한 압박이 가중됐지만 더블스타와의 소송 등 향후 문제가 간단치 않아 절차를 깨고 매각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 입장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절차에 따라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 측이 기한 이전에 매각 중단 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살아있다. 매각이 지연되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넓은 정치권 인맥을 근거로, 정권교체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박 회장도 소송비용이나 채권은행들과의 법정 다툼이 부담스러워, 소송은 최후의 카드다.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인 19일까지 채권단 동향을 살피면서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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