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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야기)뼈째 먹는 칼슘의 제왕 '멸치'
2017-04-14 06:00:00 2017-04-14 06:00:00
유준택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멸치는 몸집이 작아 '멸치도 생선인가?'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 속에서 사는 어류 중에서 힘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어져 왔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고 밥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생선이다.
 
멸치는 한자로 멸치(蔑致), 멸어(滅魚), 멸치어(滅致魚)로 쓰여 왔는데 이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멸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멸치가 물에서 나는 물고기의 대표라고 해서 물의 고어(古語)인 '미리'가 '며리', '멸'로 변화면서 이름지어졌다고도 한다.
 
멸치는 크게 청어류에 속하고 보통은 바다 표층에서 10m에 주로 서식한다. 수심 50m 내외에서도 무리가 종종 관찰되고, 심지어 어린 멸치가 바다 속 100m에서도 관찰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만큼 멸치는 바다 깊은 곳까지 헤엄쳐 나갈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거의 전 연안에 서식한다.
 
또한 멸치는 자손번식력이 아주 강한 종으로, 태어나서 1년이 되면 어른 고기가 되고, 한 마리가 여러 번에 걸쳐 늦은 밤에 바다 표층에 수천 개의 알을 낳고, 그 기간도 4월부터 8월까지 장기간 지속된다. 멸치는 동물플랑크톤을 주로 먹으면서 고등어 등에는 주요 먹이가 되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바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한다.
 
대부분 어류의 알이 원형인데 반해, 멸치는 타원형이다.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알은 다른 어린 고기에게 주요 먹이가 되는데, 타원형의 멸치 알은 상대적으로 쉽게 먹히지 않아 생존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근거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멸치는 대부분 남해안 연안에서 어획된다. 최근 5년간 전남과 경남 어획량이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77.3%를 차지했다. 남해안에서 멸치는 20여 업종에서 어획되고, 그 중에서 기선권현망어업이 전체 어획량의 72.5%를 차지한다.
 
멸치는 어획의 풍흉이 심한 종이다. 1992년에는 11만톤이었으나, 다음해 1993년에는 24만톤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2004년 약 20만톤이었으나 2006년에는 약 27만톤으로 연간 어획량이 큰 폭으로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14만톤으로 급격히 줄었지만 최근 5년간에는 평균 21만톤을 유지해 왔다. 멸치 어획량 변동에는 산란량·먹이생물 등 생물학적 요인과 해류·수온 등 물리학적 요인 그리고 태풍·이상기온 등 기상학적 요인 등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멸치는 선도가 저하되는 시간이 빨라, 잡으면 바로 쪄서 말린 건멸과 젓갈로 가공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죽방렴멸치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가격 차이가 제법 나다보니, 다른 종류의 멸치인지를 물어온 적도 있으나 우리나라 멸치는 1 종류이다. 단지 멸치를 잡는 어업방법과 말리는 과정에 쏟는 정성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인에게 최고의 건강식품인 멸치.
 
크기별로 선별되어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지리멸)로 따로 이름을 부르며 판매되고 있는데, 갓 잡은 큰 멸치(대멸)는 회와 소금구이로도 먹는다. 작은 멸치는 주먹밥용이나 볶음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간식, 안주, 간단 볶음용 등으로 편리성이 추가된 다양한 형태의 가공품으로도 많이 판매되어지고 있다.
 
크기가 작다 보니, 뼈째로 통으로 먹을 수 있는 멸치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핵산, 타우린과 칼슘 함유량이 월등하고 성장기의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에게 유익하다. 특히,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단백질의 합성, 성장촉진, 에너지 생산 등을 조절하는 핵산 함량이 많아 건강생활을 지향하는 현대인을 위한 최고의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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