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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일가, 때아닌 '팔자' 풍경…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주가 폭등
2017-06-15 18:27:17 2017-06-15 18:27:1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총수일가가 ‘팔자’에 나섰다. 지분투자의 주된 목적이 지배력 확보인 총수일가로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그만큼 주가 상승폭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가 강한 만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주주친화정책을 비롯해 지배기업에 유리하게 구조 개편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증권시장을 달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대규모 기업집단 내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임명으로 이른바 ‘김·장’ 효과도 회자됐다. 실제 자사주 규제 가능성으로 다수 기업집단에서 인적분할 움직임이 활발하다. 향후 국민연금 등 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으로 외부주주를 회유하기 위한 주주친화정책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배당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일감몰아주기, 금산분리, 순환출자 규제 등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지배력 약화 이슈로 추가 지분 매입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주가 추이를 보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삼성물산은 해당 기간 주가가 9.64% 올랐다. 시총은 2조2762억원 불어났다. 역시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삼성생명도 주가가 3.45%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가가 0.53% 감소해 시총이 1조5680억원 증발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탓에 이슈에서 멀어졌다. 삼성을 포함한 4대그룹이 모두 같은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는 7.99%(시총 증가분 2조7534억원), SK는 12.22%(2조1108억원), LG는 15.13%(1조8463억원) 각각 주가가 뛰었다. 4대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에 해당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다. 현대차는 특히 지주사 전환 가능성으로 시장이 들썩였다. 지주 미전환 그룹 중 한화도 주가가 15.67%(4834억원) 급등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GS(17.21%↑, 9384억원), 한진칼(21.36%↑, 2692억원) 등의 주가 상승률도 높았다.
 
주식을 내다파는 총수일가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매각 규모가 크지 않아 대부분 차익 실현 의도로 보인다.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GS였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등 허창수 GS 회장의 친인척들이 5월 말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GS 주식을 팔았다. 5월23일 기준 46.76%이던 GS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이달 12일 46.67%로 소폭 내려갔다. 구본무 LG 회장의 친인척인 이욱진씨는 지난 5월11일부터 6월8일 사이 수차례 LG 주식을 팔았다. 이에 따라 LG의 총수일가 지분은 매각 이전 47.73%에서 47.59%로 줄었다. 구본무 회장의 사촌 이혜정씨는 LG상사 주식 13만1596주를 5월3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량 매도했다. LG상사는 최근 주가가 주춤하지만 3개월 내 흐름은 상승세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지난 8일 SKC 주식 59만4543주 전량을 팔았다. SKC 역시 주가 상승률이 높아 차익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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