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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정부의 다양한 개혁 추진, 핵심은 시스템 개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공직자 검증 본질 잃어…검찰개혁은 중립적 법 집행 보장 우선
2017-06-28 06:00:00 2017-06-28 06:00:00
새정부 출범이후 이런 저런 개혁조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실행에 옮겨진 개혁들도 있고, 개혁하겠다는 방향 제시도 많았다. 과연 이런 개혁조치들의 대상과 방향 설정은 올바른 것인가. 보여주기식 개혁이 아닌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또는 잘못된 시스템 교정을 위한 개혁이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개혁의 수단과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무법인 시공의 정영철 변호사의 진단을 들어 본다.<편집자>
 
인사청문회
 
새로운 정부의 주요요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보고서 채택여부를 놓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난리다. 사실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서 종사하는 이들은 지지선언으로 난리고, 국민들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온갖 의견을 내놓는다. 정말 그럴만한 사안인가.
 
공익실현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의 자격은 우선 법에서 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전제로 해당 공직을 잘 수행할만한 지식과 경험, 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나아가 사회자 지도자로서 타인의 모범이 될 만한 인격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고자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우리 국회에서의 청문회 제도가 채택됐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공직자의 자질과 관련해 법규 준수 여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직자가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국민들에게 법규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또한 법규를 어긴 국민들을 처벌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법 준수 여부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와 자식 간 상속증여관련 세법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주로 음주운전, 허위전입신고, 병역의무회피 등이 보다 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법에 대한 태도로 따지자면 도로교통법, 주민등록법, 병역법 등은 행정법규의 위반이기는 하지만 모두 엄청난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실제 국민들이 얼마나 준수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자면 이들 모두 빈번하게 행하여지고 있는 또는 과거에 행해졌던 위법행위로 보인다.
 
법원공무원인 판사의 경우 정치적 사건에 대한 판결을 따지고, 교수는 표절이 문제가 된다. 이들은 일종의 윤리적 판단 문제로 법규준수여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시비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하에서 판검사를 한 자는 모두 고위직에 임용될 수 없다면 국회의원을 한 이들도 마찬가지이며, 자기가 쓴 글을 다른 글에서 일부 반복하는 것을 자기표절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한다면 학자를 공직에 임용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들린다.
 
모두가 인정하는 문제는 인사청문회제도가 지나치게 당파적 이해관계 내지 국회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인 공직자 후보에게는 지극히 관대하며 야당은 여당의 공직자 임용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반대 내지 지연시킴으로써 정부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치주의를 실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인 국회가 법치주의의 반대명제인 자의주의에 따라서 인사청문회를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기준을 만들자, 비공개로 하자는 등의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비공개는 인사청문회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고 또한 자의적 운용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일종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나 기준의 중요한 요소로 ‘고의’는 대부분의 범법행위가 고의에 의한 행위이니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고 차라리 범법행위 내지 비윤리적 행위의 유형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직 성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과거 일정한 시점 이후의 행위에 국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준 설정에 있어서 한두 가지 추가로 고려할 점은 우선 판단의 대상을 공직자 후보자가 아닌 이들의 가족 전반으로 확대시키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현재의 운용실태는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근대사회의 전제를 부인하는 연좌제에 다름없다. 또한 공직자의 이해상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공직자로서의 자격여부를 판단받기 전에 이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며 나아가 공직자로서 근무하면서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할 사안을 미리 정해야 한다.
 
후보자가 공직을 그만 둔 후에 직업 혹은 영리활동에 종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한 영리활동이 공직자로서의 활동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며, 따라서 공직자의 공직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영리활동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절차와 관련해 개선될 점을 지적하자면 후보자는 아직 공직에 임용된 것은 아닌 만큼 해당 부처의 공무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권리도, 사무실이나 차량을 제공받을 권리도 없다. 후보자는 자신의 지식·경험과 자신의 비용으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인사청문회에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나와야 한다.
 
여태까지는 후보자가 지명되면 그 순간부터 해당 부처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작업을 지원하고 나아가 청문회장에도 하수인처럼 줄줄이 뒤에 앉아 있는데 이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 인사청문회에서 시비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자료제출의 범위다. 현재의 필수 제출자료와 임의 제출자료 구분을 없애고 후보자는 법규에서 제출해야 할 자료를 자세하게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그러한 거부행위 자체가 형식적 자격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정해, 임의제출자료의 불충분을 가지고 시비를 하는 사태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거짓이나 은폐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여야 하며 온갖 소문과 제보에 기초한 소문 확인절차이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가 지극히 제한된 시간동안 개최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형식적, 말단적, 지엽적인 사실 확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것을 보면 우리 국회, 나아가 우리 정치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검찰개혁
 
지난 수십년 동안 논의되고 있는 법무부 내지 검찰의 개혁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 고위층에 대한 수사 어려움, 검찰과 경찰의 역할분담, 검찰내부의 부패방지 등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핵심은 검찰의 중립적인 법집행의 확보인 듯하다.
 
크게 보면 법은 모든 행정부처, 경찰, 검찰, 법원에 의해 집행되지만 검찰의 범죄에 대한 수사와 법원에 대한 공소제기는 가장 엄중하고 공식적인 법집행인 까닭에 이의 독점은 독점 자체로서 언제나 시비거리다.
 
시비가 걸리는 이유는 한편으로 정치인들의 책임도 있지만 결국 정치적 고려 없이 중립적으로 법을 집행하지 못한 검찰 자체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상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해야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이 규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법률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FBI 국장, 지검장 간 혈투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내보낸 후에 코미(Comey) FBI 국장에게 FBI가 수사 중인 전 안보보좌관 플린(Flynn)과 러시아간 접촉내용에 대한 수사를 중단, 종결시킬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FBI 국장은 플린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말해 간접적으로 거절한 후에 대화내용을 메모로 작성했다가 해고된 후 이를 언론에 유출시켜서 특별검사 뮬러(Mueller) 지명을 유도했다.
 
법무부장관은 자신이 FBI 조사대상에 포함되자 동 사건에 대한 회피를 결정했고 바바라 맨하탄 지검장은 대통령의 전화메시지에 회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이를 거절했다가 해고됐다. 사실관계에 관해 서로 이견은 있지만 코미 국장이나 바바라 지검장의 판단은 대통령이 수사가 진행 중인 특정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 내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논란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검찰출신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간접으로 검찰권 행사에 관해 검찰과 논의하거나, 검찰이 선거사범 조사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정치세력의 판도에 따라 수사권이나 공소권을 행사하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제도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면 해결책이 저절로 나온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든 문제가 그렇지는 않다. 검찰의 탈정치화 내지 정치적 중립성은 청와대 비서관이나 장관을 바꾸고 정치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시스템적 제도도 구비되어야만 가능해 보인다.
 
법무부를 탈검찰화는 출입국관리에서 일부 시행됐지만 그 범위를 국제적 업무나 민·상사상의 입법업무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들 업무는 일선에서 잡범 수사업무를 담당하던 검사가 2-3년 배우다가 승진하고 나가면서 후배검사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 내부 인사와 징계를 위해 실제 독립성을 지니고 결정권을 갖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설치돼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적 분위기상 위원회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기는 쉽지 않지만 임명절차나 권한 면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치권의 관여를 배제한다면 점진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또한 검찰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외부 기구도 바람직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 법원과 검찰의 권위, 나아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지난해 몇몇 변호사들에 대한 재판절차로 인해 최저점에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검찰이 검찰조직 자체와 검찰을 떠나 변호사를 하는 자들에 대한 자체점검과 제도정비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죄수복
 
지난 1980년대 미국 로스쿨에서 일본법 세미나를 들으면서 일본 내 재일동포의 범죄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주제는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죄수복을 입고 재판정에 들어오는 것을 본 학생들의 반응이 아직도 기억난다. 피고인의 무죄추정원칙이 일본헌법에 있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강의를 진행하던 일본 변호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답변했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의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복장에 늘 관심을 가지게 됐다.
 
최근 일부 피의자 혹은 피고인이 평상복을 입고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사진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무죄추정 법리가 실현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런데 그 어떤 언론보도나 법률가도 그 기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구치소장 내지 형무소장의 재량인지, 아니면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연령이나 성별, 사회적 지위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재벌 경영자나 고위 공무원에게만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모든 구속 피의자 내지 피고인은 본인이 원한다면 평상복을 입고 수사나 재판에 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그 많은 헌법재판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중요한 논점에 관해 아무도 헌법재판을 제기하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무죄추정 원리를 헌법에 있는 원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죄수복을 입고 재판을 받는 자를 무죄로 추정하려면 법률가들도 상당한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률가를 포함해 수사대상에 오르는 것만도, 기소가 된 것만으로도 몹쓸 놈이라고 판단할 충분한 근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용을 채우는 개혁을 하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소위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은 과거를 부정하고 외국의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외국의 제도는 형식상의 허울에 불과하고 실제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그 좋은 예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통제, 국회에서 주요한 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청문절차를 통하여 능력과 인격을 검증하자는 원래의 취지가 실제로는 정치적인 패싸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이를 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며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무관하게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죄수복을 입고 국민의 앞에 서고 있다. 진정한 개혁은 시스템 내에 정착돼야만 지속적으로 순기능이 가능할 것이다. 시스템의 일부로서 일관된 규정을 만들어 놓아야만 한다.
 
일선 판사들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 사법연수원에 모여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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