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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대의 아픔 노래한 영화 '택시운전사'…1980년 광주를 완벽 재현하다
광주로 간 독일 기자와 서울의 택시운전사…제3자의 시선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다
2017-07-11 11:44:14 2017-07-11 15:03:42
[뉴스토마토 신건기자] '택시 운전사'가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장훈 감독과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참석했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으로, 2016년 1월 세상을 떠난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실제 이야기에 영화적 요소를 가미했다.
 
작품은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전라도 광주(現 '광주광역시')에 갔다 오면 큰돈을 주겠다는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의 말에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떠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진/'쇼박스' 제공
 
▲믿고 보는 송강호…유해진·류준열의 열연
 
송강호 연기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앞서 '변호인', '효자동이발사' 등에서 당시의 인물들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송강호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도 김만복의 심경을 시대상에 맞게 표현해 냈다. 송강호가 연기한 '김만복'은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했던 익명의 실존 인물 '김사복'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관객들은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서 당시 '김사복'이 느꼈을 '슬픔'과 '아픔', '분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송강호는 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사에서 아픈 비극을 그리는 영화이다 보니까 심리적인 측면, 비극을 꼭 슬프게만 묘사를 한다던가, 사실인 부분들을 그린다는 것보단 좀 더 저희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얼 이야기할 것인가 생각했다"며 "관객들에게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극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 토마스 크레취만, 광주의 택시 운전사 '황태술'을 연기한 유해진, 광주의 대학생 '구재식'을 연기한 류준열도 그 시절,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을 잘 그려냈다. 배우들은 작품 속에서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들이 가지고 있을 고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유해진은 "이전에 출연했던 시대극과 비교했을 때 연기에 어떤 차별점을 두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별성을 준다기보다는 그 역을 크게 누가 안 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류준열 역시 "시대극이라고 해서 앞서 작품들과 차별화를 두진 않았다"며 "다만 내적으로 '그 시절의 대학생이라면 어땠을까'를 많이 고민하고 작품을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1980년 5월의 광주를 완벽 재현하다
 
1980년 광주를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광주 금남로는 매우 생소한 장소일 것이고, 이것은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은 80년대 느낌이 남아있는 길을 찾기 위해 5개월에 걸쳐 로케이션 작업을 진행했고, 전국 9개 이상의 지역을 찾아 당시의 광주를 재현해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당시의 기업 간판과 소품들은 당시를 살아낸 관객들에게 아픔과 정겨움을 동시에 느끼게 할 것이다. 장훈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80년대 광주를 재현하는 부분은 지금 80년대 분위기가 남아있는 공간이 없어서 미술팀이 거리를 세팅하고, CG도 같이 도와서 구현하려고 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의 주 공간이 되는 만섭과 태술의 택시도 반가움을 더한다. 영화 속에서 만섭(송강호)은 1973년식 브리사를, 태술(유해진)은 1976년식 포니를 운전한다. 특히 브리사는 기존 영화에서 잘 등장하지 않은 차종이기에 중장년층에게는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장훈 감독은 “택시의 색과 빛깔을 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당시 하늘색, 노란색, 녹색 택시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녹색이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밝으면서도 따뜻한 느낌, 계속 봐도 피곤하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느낌의 ‘녹색’을 만들기 위해 페인팅만 십여 차례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40년 전의 서울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한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택시를 운전하는 만섭의 뒤로 보이는 배경은 80년대의 서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대적인 모습이다. 다만 이야기의 주 배경이 ‘광주’라는 점에서 ‘서울’은 잠시 스쳐 가는 곳, 극에 몰입하기 전 감독과 벌이는 ‘숨은그림찾기’라 생각하면 영화가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
  
사진/'쇼박스' 제공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주민주화운동
 
영화 ‘택시 운전사’가 다른 5.18 소재의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면 시민군과 군부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화려한 휴가’, ‘꽃잎’ 등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캐릭터들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는 독일 기자, 서울의 택시 운전사라는 제3자의 시점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았고, 이를 통해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슬픔’, ‘분노’, ‘희망’이라는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했다.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말하는 위르겐 힌츠페터, ‘택시비를 받았으면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 운동권도 아닌데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살펴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창하게 ‘무엇을 해야겠다’가 아닌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장훈 감독은 ‘택시 운전사’를 통해 영화 속 이야기가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택시 운전사’는 오는 8월2일 개봉한다.
 
신건 기자 hellog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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