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책읽어주는기자)일본의 불사조 기업 '니토리' 불황 속 성장 비결은
거북이 CEO|니토리 아키오 지음|이수형 옮김|오씨이오 펴냄
눈앞 이익보다 타인·세상 향한 장기 목표가 성공 열쇠
2017-07-12 08:00:00 2017-07-12 13:39:25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일본 최대 가구회사인 '니토리'는 장기 불황 시대의 저성장 파고를 이겨낸 ‘불사조’ 기업으로 꼽힌다. 버블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혹독한 침체 일로를 걸을 때 이 기업은 거꾸로 지속 성장을 달성해 왔다.
 
2001~2011년 사이 623% 성장(매출액 기준)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기준 미국, 중국, 대만에 걸쳐 총 437개의 매장, 6500만명의 실 구매고객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이온 등 일본 대형 유통사들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올해 3월 결산에선 30년 연속 매출·이익 증가를 기록, 일본 4000여 상장사 중 1위 업체로 우뚝 서는 쾌거를 달성하게 됐다.
 
1978년 조그만 가구사에서 시작한 이 기업이 어떻게 일본과 세계를 장악해가는 글로벌 유통업의 ‘거물’이 됐을까. 그 동력은 니토리를 세우고 50년간 회사의 ‘중추’ 역할을 해 온 니토리 아키오 회장의 철학과 신념에서 찾을 수 있다. 신간 ‘거북이 CEO’에서 아키오 회장은 자신의 경험과 인생 여정을 재료 삼아 니토리사의 굵직한 성장 서사를 찬찬히 설명해 나간다.
 
그는 서문에서 열등생이었던 학창시절의 자신부터 되짚는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도 못하고 학업 최저 등급인 1,2 등급을 맞던 학생이었다. 어머니가 담임 교사에게 전해 준 쌀 한가마니 덕에 간신히 고등학교를 입학할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공부든, 성격이든 뭐든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학생이었다.
 
졸업 후 청년시절에도 성공을 생각하기도 힘든 그저 그런 삶이 계속됐다. 광고회사에 취직했지만 계약 한 건 따내지 못해 6개월 만에 해고됐고, 먹고 살기 위해 니토리라는 가구점을 차렸지만 대인공포증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비관적 생각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우연히 하게 된 ‘미국 가구업계 시찰 여행’이 그의 인생을 뒤바꾼 전환점이 됐다. 당시 일본보다 50년 이상 앞서 있던 미국 가구 시장을 훑으며 그는 자신과 니토리의 회생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다.
단순 수납가구만 판매하던 일본과 달리 당시 미국은 카펫이나 커튼 등 인테리어까지 종합적으로 코디네
이션 하는 시장이 발달해 있었다. 아키오 회장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단순히 단기 매출과 이익에만 신경쓰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미국의 풍요로운 가구 문화를 일본에 전파시켜 국민들이 수준 높은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큰 뜻을 기업의 장기 목표로 삼는다.
 
“사람이란 원래 다른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래서 ‘세상에 도움이 되자’는 뜻을 품어야 하며, 그렇게 뜻을 세움으로써 비로소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
 
그가 세부 실천계획으로 구상한 것은 ‘가격 파괴’ 전략이었다. 가격을 낮춤으로써 가구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범용품이 되면 누구든 접근이 쉬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산한 가구점이나 도매상에서 방출된 상품들을 현금으로 싸게 구입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또 판매 제조사 공장을 찾아가 직접 매입하거나 대만, 한국 등 해외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는 방안들도 검토하고 실행에 옮겼다.
 
‘저렴한 가격’이 회사의 강점으로 포지셔닝된 후에는 품질을 다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도매상이나 해외 수입보다는 해외에 공장을 지어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의류업계의 표준이 된 ‘SPA(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시스템)’ 방식을 가구업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주도하자 비용이 현저히 낮아졌고 적정한 품질까지 유지,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고객과 세상의 풍요로움을 생각하는 만큼 내부 직원을 존중해야 한다는 회장의 신조 역시 곱씹을만 하다. 회사는 ‘니토리대학’이란 프로그램을 도입해 체계화된 교육을 하며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3년 마다 미국 연수를 보내 일에 대한 초심을 되찾게 하고 있다.
 
결국 사람을 향하는 이러한 기업의 뚝심은 장기 불황의 여파도 비켜가게 했다. 기업이 기본 비전에 충실한 결과 꾸준한 수요가 창출됐고 장기적인 목표 아래 1985년 플라자 합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엔저 등 위기 상황에도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여러 일화가 교차되는 가운데 저자는 책 말미에 니토리의 성공 요인을 한 가지로 요약한다. 결국 타인과 세상을 향한 ‘큰 뜻’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인생을 걸고 공헌할 때사람이든, 기업이든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 때 낙제생이었건 낙오자였건 상관없습니다. 마음 속에 큰 뜻을 품고 구체적인 비전을 명확하게 가지십시오. 의지와 집념, 호기심이 어느 새 내 안에서 용솟음 칠 겁니다. 그 앞에는 지금껏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큰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거북이 CEO. 사진제공=오씨이오(OCEO)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