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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거대 블루오션 '할랄시장' 노리는 국내 중소기업 한 자리에
"국가마다 요구하는 부분 달라…이슬람 문화 이해 바탕돼야"
2017-07-20 16:26:27 2017-07-20 16:26:27
[뉴스토마토 정재훈기자] "5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 항산화 작용을 하는 수소를 산화마그네슘에 캡슐 형태로 담아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제품에 대한 경쟁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 먼저 문을 두드렸지만, 인지도 있는 제품만 찾는 대기업 H&B(헬스앤뷰티) 업체나 홈쇼핑 업체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현지 바이어와 상담을 할 때마다 샘플을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라 제품의 경쟁력만을 평가하는 것 같다"
 
국내 최초로 '수소 캡슐' 에센스오일과 마스크팩을 개발해 판로 개척에 분주한 황정준 뷰헬라인 이사는 이같이 말하며 국내시장 대신 할랄시장을 필두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구 17억의 거대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오른 할랄시장은 국내 우수 중소기업들에게는 무한한 기회의 땅이다. 특히 경쟁력 있는 우수한 제품을 가졌어도 국내 대기업이 장악한 유통 구조 속에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할랄 수출상담회' 행사장에는 할랄시장 문을 두드리는 460여개 중소기업 대표와 임직원들로 가득 찼다. 또한 이들의 제품을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 이란 등 이슬람 국가에서 온 해외 바이어 85개사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할랄시장 진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회사도 있다. '실크 스카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피앤티는 자사 스카프를 '히잡'으로 탈바꿈 시켜 첫 수출에 도전한다. 윤미나 피앤티 대표는 "히잡은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적 의미를 담은 의복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를 패션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업체들은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히잡은 여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패션 아이템으로, 한 사람이 수십에서 수백 장까지 히잡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실크 제품만 만들어온 만큼 품질은 자신 있다"며 "이에 더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접목해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할랄시장 안에서도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타깃 고객층을 명확하게 설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GCC(걸프협력회의) 소속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 국가에서 찾아온 바이어들이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할랄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사정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수출상담회와 함께 열린 '제8회 할랄비즈 중소기업포럼'에서 홍석준 목포대 교수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정착되어 있는 이슬람 문화의 특성과 그 변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황정준 이사도 "흔히 할랄시장이라고 통칭하지만 각 지역과 국가마다 현지 바이어들이 제품에 대해서 요구하는 부분이 모두 다르다"며 "작은 중소기업이 그런 조건들을 모두 맞추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런 해외시장의 사정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시장 진입에도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 국가에서 어떤 점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려 국내 중소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총 1500회 이상의 개별 수출 상담도 진행됐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번 상담회를 통해 해외 바이어와 국내 종소기업이 실질적인 사업 파트너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국내 중소기업의 할랄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 수출상담회 외에도 할랄인증 획득 지원, 온라인 할랄수출관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미나 피앤티 대표(사진 왼쪽)가 박성택(오른쪽) 중기중앙회장 등 관계자들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중앙회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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