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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 노후삶의 '질', 거주형태보다 '인간관계'가 좌우
룸셰어링·코하우징 등 새로운 주거형태 제시 '눈길'
2017-08-29 06:00:00 2017-08-31 13:46:49
[뉴스토마토 김이향 기자]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든, 공동체 주택에서 보내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통과 관계입니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집에서 살더라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코엑스 아쿠아리움 설계자이자면서 부사장으로 은퇴한 건축가 손웅익(60)씨는 최근 마포구 합정동 아르떼홀에서 열린 세대공감 토크파티 해피투모로우 시즌5에서 '시니어, 어디서 살 것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노후를 보내는 주거 방식으로 ▲현재 주거지 ▲전원 ▲ 새로운 환경 등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손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노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적용해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번호가 헷갈릴 수 있는 디지털 도어락은 아날로그적인 열쇠문으로 바꾸고 조명은 밝게 하거나, 모서리가 뾰족한 가구는 둥그스름한 걸로 교체하고, 휠체어를 탈 될 경우 주방가구는 하부가 뚫린 가구로 바꾸는 등의 형태다. 화장실에서는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닥재를 미끄럽지 않은 것으로 바꾸고, 넘어졌을 때 바깥으로 문을 열기 힘들기 때문에 문은 미닫이로 개조하는 것 등이다.
 
그는 '룸셰어링'도 추천했다. 룸셰어링이란 집을 소유한 65세 이상 노인과 주거공간이 필요한 청년이 함께 사는 '주거공유 프로그램'이다. 그는 "어르신들은 적적함도 해소하고 학생들은 저렴한 월 임대료로 살 수 있어 좋은 제도"라면서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것도, 대학생과 어르신이 같이 생활하는 것이 쉽지은 않기 때문에 세대 간 소통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익형 부동산, 즉 펜션을 운영하며 전원생활을 계획 중인 노년층을 위해서도 조언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펜션이 너무 많을뿐 아니라 최근 누드 펜션 사건, 펜션에 설치한 노래방기계 등으로 현지 주민과 마찰이 지속할 경우 역귀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 
 
그는 이에 따라 도시를 떠나 살 수 있는 코하우징(Co-Housing)이라 불리는 주거형태를 제시했다. 전원주택단지 형태로 마을 한 가운데 공동식당이나 카페 등 시설을 공유하고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하우징의 위치는 수도권에서 1km~1.5km 안에 자리 잡는 것이 좋으며 200호~300호 이상의 입주자가 모이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편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손씨는 “지속 가능한 생활을 하려면 문제를 일으키는 입주자가 있을 때 내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입주자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니어 타운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시니어 타운은 실버타운과 같은 용어다. 그는 "입주 전 자녀가 미리 살아보면서 직접 체험하고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다"면서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른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이민 선택에 대해서는 "자연 환경이 마음에 들더라도 문화나 음식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경우 결국 역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어디에서 살든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축가 손웅익씨가 23일 마포구 합정동 아르떼홀에서 해피투모로우 시즌5에서 '시니어, 어디서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이향 기자 lookyh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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