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비리근절책…건설업계 '기대 반 우려 반'
"투명성 개선 기대, 중소·중견업체 수주 경쟁 불리해질 듯"
입력 : 2017-11-01 06:00:00 수정 : 2017-11-01 06: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건설계에서는 정부의 재건축 비리근절 대책을 두고 정비사업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브랜드와 자금력에서 밀리는 중소·중견 건설사는 수주 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가 전날 발표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안'에 대해 건설업계는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재건축담당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의 과잉 영업으로 발생한 문제가 결국 경찰 수사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다"며 "이번 개선 방안으로 혼탁해진 재건축 수주전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재건축 비리근절 대책에 대한 현실성을 논하기에 앞서 과거에는 이번 개선안과 같은 강도 높은 제재가 없다시피 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주 활동을 펼치던 재건축시장이 앞으로 질서를 바로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자금력과 브랜드로 승부하기에는 경쟁 열위에 있는 중소· 건설사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불만도 있다. 중소·중견 업체는 브랜드 열세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특화된 상품 전략 및 혜택 제공 등에 힘써 왔으나 앞으로는 홍보 활동에 대한 제약이 한층 강화되면서 대형사와의 경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만 경쟁할 수 있게 제한한다면 결국 브랜드와 자금력이 우세한 대형 건설사가 재건축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중견 건설사의 강남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은 건설사가 홍보요원의 명단을 사전에 조합에 등록하고 등록된 홍보요원만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 개별 홍보 행위가 3회 적발될 경우 해당 건설사의 입찰은 무효가 된다.
 
불공정한 수주경쟁 관행이 쉽사리 사라질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년간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등 처벌 수위가 예상보다 대폭 강화돼 불법 행위에 대한 건설사의 경각심이 높아졌다"면서도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부의 시장 감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에 건설사들의 사전 홍보 행위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정비사업자의 시공자 선정기준 등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발표된 시점부터 건설사의 불법 홍보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선안에는 입찰 단계 이후부터의 제재만 담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단계부터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상대로 물밑에서 개별홍보 등 사전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개선안에는 입찰 단계 이후부터의 규제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입찰 전 불법 행위와 관련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공식적인 단계에서도 많은 논란 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우선 당면한 현안 해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전날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재건축사업 입찰 단계에서 건설사는 설계와 공사비 등 시공과 관련된 사항을 제시할 수 있으나 시공과 무관한 이사비나 이주비·이주촉진비,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등에 대한 편의는 제안할 수 없도록 했다. 대신 조합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최대 200만원가량의 이바시를 제공하는 것만 허용한다.
 
홍보 단계에서는 건설사가 금품·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회사가 1000만원 이상 벌금을 받거나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아 확정되면 시공권을 박탈하고 2년간 정비사업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투표 단계에서는 부재자투표 기간을 1일로 제한하고, 계약 단계에서는 건설사가 공사비를 입찰제안보다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할 경우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가.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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