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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헛바퀴만 도는 배출권거래제
2017-11-28 06:00:00 2017-11-28 06:00:00
배출권거래제가 출범한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기업은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아 할당된 배출권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로 구입, 초과 배출량을 정산해야 한다.
 
최근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은 이를 사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이를 내놓지 않아 거래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혼선만 빚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2기(2018~2020년) 배출권 할당량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계획대로 한다면 이미 배출권은 지난 6월 할당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탈원전과 탈석탄 등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을 반영한 8차 전력수급계획이 아직 안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률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어떤 강도로 추진할지 등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감축 의무기업들은 속만 타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 대한 배출권 할당을 두 단계로 나눠서 진행키로 결정했다. 1단계로 내년 배출권 할당량을 12월 말까지 최종 확정·발표한 후 2단계로 다시 2018~2020년 할당량을 설정해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정부의 2차 계획기간 내용을 전달 받았지만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아 경영계획 수립에 반영할 수 없고 혼란만 가중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이 늦어지면서 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데는 잦은 정부 소관부처 이관도 한 몫을 했다. 정책이 시행된 후 3년 동안 2번이나 소관부처가 바뀌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할지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배출권 할당 계획 수립과 거래제 운영은 환경부가 담당했지만 배출권 거래 등이 환경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라는 인식에 따라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해당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새정부 들어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이 강해지면서 다시 환경부로 다시 이관이 결정됐다.
 
배출권에 대한 인식을 경제 문제로 볼 것인지 환경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못해 생긴 헤프닝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법령 개정 등 후속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아직 업무 이관도 완료되지 않아 정책의 방향을 잡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배출권거래제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이 아직 초기단계라고하지만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기만 해서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파리기후협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2020년 이전까지 배출권거래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확실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임은석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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