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본격 착수
8개 기관 올해 비정규직 1.79%축소…기관별 전환심의위원회 구성
캠코·기은 등 연내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정규 직원에 '역차별' 우려
입력 : 2017-12-07 12:00:00 수정 : 2017-12-07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금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금융공기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연내 완료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의 예산 승인과 인사제도, 복지, 임금을 비롯한 처우방안을 놓고 정규직원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제기돼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본사 전경. 사진/백아란 기자
 
◆ 3분기 금융공공기관 임직원 10명 중 3명 비정규직으로 일해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금융공사 등 8개 금융공공기관의 총 임직원 수는 2만7519.84명으로 집계됐다.
총 임직원에는 임원과 일반 직원, 무기 계약직, 비정규직 및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의 인력이 포함됐다.
 
올해 3분기 현재 전체 고용 인원 대비 비정규직 비중은 884.84명으로 3.2% 수준이지만, 소속 외 인력(3157명)을 포함하면 14.68%에 달한다.
여기에 전체 인원의 16.38%를 차지하는 '무기계약직(준정규직)' 인력 4509명을 고려하면 약 31.07%가 정규직이 아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비정규직은 새 정부 출범 이전인 1분기에 견줘 1.79%(15.85명) 축소됐다.
 
현재 금융공기관은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에 발맞춰 자체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합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한 임금, 처우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고용부는 내년 초까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오는 2020년까지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도록 로드맵을 내놨다.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딛은 곳은 캠코다.
캠코는 지난 5일 ‘전환심의위원회’와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에서 올해 전환대상으로 결정한 비정규직 106명의 자리를 정규직으로 새롭게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말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비정규직원의 직무를 정규 업무로 바꾸는 것으로, 기존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최대 5%의 가점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캠코는 일반 직원과의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연내에 시행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비정규직 인력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 또한 지난해부터 별도의 태스크포스(TF)와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중이다. 
기업은행 노사는 준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연내 우선 완료한 후 파견 용역직 등에 대한 정규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파견 용역직의 경우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기간제 근로자 등을 정규직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9월 기준 기업은행의 무기계약직은 4065명이며, 기간제로 일하는 비정규직은 413.04명,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 소속 외 인력은 1807명이다.
 
이밖에 예보는 2분기 정기 노사협의회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추진을 위한 노사 공동 실무 TF’를 구성하고 ▲성과연봉제 후속조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특정직원 처우 개선 등 조직문화 개선 사항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보는 지난달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 첫 회의를 갖고 파견, 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논의 중이다. 기보는 협의기구를 통해 정규직 전환대상과 채용방식, 시기, 임금 및 복리 후생체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인력이 적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변호사 등 일부 자발적 비정규직 인력을 제외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마련을 협의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몇 해 전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화 한 적이 있어 비정규직 인력이 많은 편이 아니다”면서 “노사 협의 기구를 통해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파견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사협의회 통해 정규직원 대상 선정·처우 논의…공평한 기회 vs 역차별 논란
 
2017년 3분기 금융공공기관 인력 현황. 표/뉴스토마토
 
하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의 노사간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의 3분기 노사협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사측은 책임자급 임용 대상자와 정규직 전환자를 대상으로 은행 내 필기시험 응시 자격과 출제방식 변경하자고 제안했지만 결렬됐다.
사측은 응시 자격을 보험이나 펀드 등 금융자격증 취득자로 제한하고, 기존의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폐지해 금융연수원과 연계한 통신연수로 대체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된 영업 환경에 맞춰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노조의 반대로 해당 안건은 추후 재론키로 했다.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4급 이하 인원 중 40% 가량이 준정규직으로, 100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직원에게 30가지 일만 하도록 두는 것은 은행 차원에서도 손실”이라면서 “사측과 인사제도와 승진, 연수, 복지 등 다방면에 걸쳐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우선 이뤄져야한다”면서도 “정규직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승진하는 게 아니라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규직화에 따른 예산과 정원 문제에 대해선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기업은행의 경우 준정규직도 호봉제로 구성돼 있어 많이 맞춰져 있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금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기존 정규직 직원에 대한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려운 시험을 뚫고 합격한 정규 직원에게 불합리한 처사라는 평가다.
 
A은행 한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을 위해) 정해진 시험과 절차가 있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무임승차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맞춘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오히려 행내 갈등을 조장하고 정규 직원에게 차별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원경찰, 청소노동자 등 파견·용역직의 정규직화도 뜨거운 감자다.
간접고용 형태로 이뤄졌던 파견 근로자 등을 모두 정규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인건비가 늘어나고 조직이 비대해지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파견·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임금체계나 복지 등 처우가 상이해 논의해야 할 것이 많다”며 “전국 지점을 다니며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논란거리가 많아 직접 고용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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