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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미래 먹거리'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시급하다"
"인체와 함께사는 수만개의 미생물, 인간 건강과 질병에 깊숙이 관여해"
2017-12-26 06:00:00 2017-12-26 06:00:00
미래의 생명공학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특히 미생물을 이용한 건강과 질병치료 등은 새로운 첨단기술 분야로 꼽히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s)을 통한 신산업 개발 전망 등을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정책위원(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으로부터 들어본다.<편집자>
 
사람은 외부환경과 접촉하고 있는 부분인 코, 입, 식도, 위, 소화기관, 생식기, 손 발, 피부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약 7000~10,000종류 이상의 미생물과 함께 살고 있다. 인간과 함께 사는 미생물의 수는 사람 세포수의 10배 이상인 약 100~200조 개 이상으로 무게로는 약 2Kg 정도로 추정된다.
 
2012년의 네이쳐지(468권) 표지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과 그 여성의 얼굴이 다양한 미생물이 덮여 있는 그림으로 장식됐다. “당신의 몸은 대부분 미생물들(Your body is mostly microbes)”이라는 어쩌면 섬뜩한 말이 적혀있었는데, 사실 아주 작아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우리 신체 내외부에 아주 많이 있다. 
 
인체와 함께 사는 미생물들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s)’이라 총체적으로 표현된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물군 계(Biom)의 합성어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 총 생태계와 이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로 표현된다.
 
인간과 미생물과의 연관 관계를 밝히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연구에서 미생물이 단순한 소화기관에서의 영양생리적 역할을 뛰어넘어 인간의 중요한 장기들처럼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인간건강과 질병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간유전체가 해석된 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리 활성기능 물질인 유전자 수가 2만~2만5000개 정도로 보고되고 있는데 비해 함께 사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에 포함된 유전자 수는 780~800만개 이상으로 추정돼 인간에 비해 300~400배 더 많은 생리기능을 가지고 있다.
 
생리기능 물질은 그 자체로서 신 기능소재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학, 약학, 식품, 화학, 환경 등 관련 산업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리활성을 이용한 산업의 신 공정개발을 가능케 해 4차 산업혁명에 중요한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비만과 자폐증,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 변수"
 
사람의 내장 안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이 인체 소화기관내에서 소화, 해독 등 작용을 해 건강유지에 중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많이 마시고 있는 상용화된 유산균 제제가 대표적 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시작은 정상인과 당뇨병 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한 2012년 네이쳐지의 연구결과가 각광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 분포와 숫자뿐만 아니라 그 구조 및 기능의 연관관계 등에서 당뇨병 환자와 정상인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중요한 결과가 발견됐는데, 이는 질병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2013년 사이언스지에서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생물이 전혀 없는 무균의 쌍둥이 생쥐를 이용해 그중 한 마리에 비만인 어른 생쥐의 장내 분변을 장내에 집어넣었더니 결국 어른 생쥐와 똑같이 비만이 됐다. 반대로 다른 한 마리에는 마른 어른 생쥐의 분변을 집어넣었고, 그 생쥐는 야위고 마른 생쥐가 됐다.
 
여기에 비만인 어른 생쥐의 분변을 집어넣은 생쥐에게 다이어트 음식을 먹여도 비만이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비만인 생쥐와 마른 생쥐의 분변을 바꿔 넣었더니 비만인 쥐는 야위고, 마른 생쥐는 비만이 됐다. 지금까지는 비만이 되는 이유가 먹는 음식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셈이다. 분변에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때문에 생쥐가 비만이 된다는 놀라운 결과가 발견됐다.
 
생쥐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다이어트 식품인 저지방 및 고섬유질을 먹어도 비만이 되는 것은 생쥐자체는 그런 식품을 분해하거나 합성하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지만 생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포함된 미생물에 섬유질을 분해하거나 지방질을 합성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효소단백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쩌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으로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분변을 이식하는 대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 기술이 유럽,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분변 마이크로바이옴을 코나 입으로 관을 통해 주입하거나 내시경시술, 관장도구를 이용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상당히 많은 효과가 인정되고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란 병원균에 의한 난치성 대장염의 치료에서는 치료 성공률이 90%가 넘는다.
 
이러한 이유로 건강한 대변을 모으는 대변은행사업이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건강할 때 자신의 분변 마이크로바이옴을 은행에 보관했다가 건강상태가 나쁠 때 나중에 이식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건강요소가 검정된 대변은 앞으로 시장거래도 가능할 전망이다. 몸속 독한 유해미생물을 없애고 유익한 미생물로 치환하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해독치료 요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아토피나 체질개선 등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만뿐만이 아니다. 아토피나 노화, 뇌질환인 정신질환과 심혈관 질환 등 거의 모든 질병에 마이크로바이옴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진단이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네이쳐지(2017)에는 한국인 부부 과학자가 2편의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자폐증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다. 임신 중인 생쥐에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감염시키면 생쥐새끼가 자폐증 생쥐로 태어나는데, 생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존재하는 어떤 미생물을 없애면 태어난 생쥐가 자폐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자폐증이 발생하는 뇌의 영역(SIDZ영역)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서 만들어진 면역세포가 붙어 자극하면 뇌영역중 반복된 행동이나 사회성 결여유발 지역으로 신호가 전달돼 결국 어린 생쥐가 자폐증이 걸린다는 것을 밝혔다. 신생아의 자폐증도 마이크로바이옴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 셈이다.
 
"미국과 유럽 등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박차, 수억 달러 시장 열린다"
 
우리 몸과 함께 살아가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이 단순히 소화기관이나 피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직·간접으로 작용하다는 중요한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세계 각국은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연구투자를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은 2010년 국제 대형과제를 시작해 30만종의 미생물과 데이터베이스를 2017년 11월 네이쳐지에 발표했다. 미국은 2015년 11월 대통령 직속기관인 과학기술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OSTP)주관으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연구가 기획됐고, 오바마 정부임기 말기인 2016년 5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 NMI)가 추진돼 향후 2년 동안 1억2100만 달러의 연구예산이 지원된다.
 
이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본, 캐나다, 중국에서도 연구를 시작하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화이자, 죤슨 앤 죤슨(Johnson & Johnson)도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특히 OECD는 고령화 문제가 심화되고 경제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에서 만성질환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연구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치매,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천식, 아토피, 각종 암질환, 심혈관, 면역 및 염증 등 각종 질병예측과 치료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능성 보조식품이나 식의약품, 의료용 식품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재분류돼 전체 시장도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시장은 2022년 5억 달러에 달하고 향후 2025년까지 연평균 21.1%의 높은 시장성장으로 약 9억 미국달러의 시장이 예측(Markets and Marckets, 2017.3)된다. 만약 새로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대두될 경우 시장 규모의 확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초연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지대해 관련 연구가 향후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동식물과 환경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사료, 축산 수의, 신 화학합성, 환경 등에 관련된 산업발전과 환경보호, 기후변화 방지 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혁신의 방아쇠 역할로 기대가 크고 이를 잘 활용해 융복합을 한다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 충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라는 소위 속도이론이다. 정말 작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있는 미생물군계인 마이크로바이옴도 비슷한 경향을 가진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자체 시장뿐만 아니라 엄청난 시장 파급효과가 있어 기존의 의약학, 농축식품, 화학, 환경산업 등을 다음세대의 신산업으로 유도하는 중요한 산업개혁의 지렛대이며, 우리가 꼭 발굴해야할 보물임이 분명하다. 
 
지난 4월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헬스 생태계 혁신’을 주제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7’에서 참관객들이 한 기업의 미생물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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