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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룡만 '규제 사각지대'
'성능 저하 논란' 애플에 마땅한 규제 없어…국내 기업만 '역차별'
2018-01-04 18:24:52 2018-01-04 18:29:59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규제권 밖에 있어 논란이다. 국내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애플의 구형 아이폰 성능 저하와 관련해 일부 법무법인들이 소송을 준비 중인 가운데, 관련 부처들은 규제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마땅한 규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소송에만 기대야 할 처지다. 
 
애플은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3강 중 하나지만, 향후 이어질 규제에서도 사각지대로 빠진다. 현재 발의된 분리공시제에서도 애플은 열외다. 분리공시제는 공시지원금을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몫으로 나눠 공시하는 제도다. 게다가 애플은 애초에 통신사에 지원금을 보태지 않아 분리공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관계가 없다. 아이폰에 지급되는 공시지원금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나 LG전자의 G시리즈보다 적은 이유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믿고 배짱을 부린다는 원성은 그래서 나온다.
 
애플은 지난 2일부터 아이폰 성능 조작 파문과 관련해 배터리 교체 신청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애플 제품 전문 판매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자급제폰 출시에 있어서도 애플은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출시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자급제폰은 이통사 출고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기존 공기계(언락폰)는 이통사 출고가보다 약 10% 비싸고 출시 시기도 늦어 자급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달 열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브리핑에서 "자급제폰이 시장에서 작동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애플은 시장 상황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 분쟁의 중심에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인터넷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접속 지연과 끊김 현상을 유발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캐시서버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망 사용료는 내지 않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KT의 데이터센터에만 캐시서버를 두고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통3사에 망 사용료로 매년 수백억원씩 지불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 조사에 착수했다.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케빈 마틴 페이스북 본사 부사장은 이달 중 방한해 방통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기업에게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한국 기업에도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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