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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한정희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차장 “ISA 수익률 1위, 자산배분 모델 재검증한 결과”
"기대수익률 쫓는 방식 아닌 위험 배분 통해 투자 비중 결정"
"수수료 중심 수익모델 변동성 커…WM 시장서 포트폴리오 중요"
2018-01-10 08:00:00 2018-01-10 08:00:0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자산관리(WM) 시장이 시중 소액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한 2010년부터 WM 시장이 매년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초기 인프라 투자 완료 이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자문 인력을 포함한 운용 비용 탓에 수수료가 1%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비용 절감이 가능해 수수료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방법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의 모델 포트폴리오(MP)를 기반으로 한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며 주목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와의 차별점은 알고리즘을 통해 도출된 자산배분 결과를 전문가들이 한 번 더 검증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에서 MP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한정희 WM리서치부 차장은 “투자 유형에 따라 분산 투자하면서도 변동성을 낮추는 데 집중해 꾸준히 수익률을 쌓아온 결과”라며 “증권사를 대표하는 포트폴리오인 만큼 투자자들이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한정희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차장은 "ISA 수익률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량적 모델의 결과값을 전문가들이 재검증 하는 과정을 통해 안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강명연 기자
 
NH투자증권 MP의 강점은?
 
다른 증권사보다 발빠르게 MP를 준비한 결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스템이 안정화됐다. 2014년부터 MP를 기획해 정량 모델을 개발했고, 2015년 5월부터 시험운용에 들어갔다. 모델에서 도출된 정량적인 결과를 정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시험운용 때부터 매달 자산배분위원회를 열고 미세 조정을 거치며 적극적인 위험관리를 하고 있다. 투자에서 크게 손해를 보면 복구가 힘들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것보다 오히려 많이 잃지 않는 게 중요한데, 기대 수익률을 쫓는 포트폴리오 방식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현재 시장 상황에서 위험이 배분되면 그에 따른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산배분위원회는 12월 말에 35차까지 진행됐다. 리서치센터 연구원과 상품담당자 등 관련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구성원 의견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최종 결정한다. 정치적 이슈를 비롯해 정량적인 데이터만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사항을 고려하는데, 결과값보다 채권의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좀 더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거나, 특정 국가 비율을 늘리자는 식이다. 위원들 의견을 따라갈 때도 있고 도출된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MP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MP를 활용한 자산관리가 중심이다. 이밖에 투자 성향에 맞춘 자산관리를 제시해 랩 상품을 출시했고, 펀드 운용사와 자문계약을 맺고 MP를 기반으로 운용하는 펀드도 내놓으며 자산관리가 부담스러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MP의 문호를 넓혔다. 2016년 ISA 출시를 앞두고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MP를 ISA에 도입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의 MP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하는 일임형 ISA 수익률이 유일한데, ISA 출시 후 누적 수익률 1위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산관리를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만들기 위해 MP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산관리 시장 확대 환경에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기존에는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브라질 채권 펀드, 한국 주식형 펀드 등 단품 세일즈에 집중해왔다. 성과를 내기 위해 할당량을 주고 밀어내기식 영업을 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본 경우가 있었다. 증권사들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해 성과를 보여주고 자산이 안정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증권사 영업도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다. 작년에는 중립보다 주식 비중을 높이고 그 안에서도 어떤 국가와 어떤 상품 비율을 늘릴지 결정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은행에 비해 증권사 ISA 수익률이 높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일반적으로 은행은 증권사보다 안정을 추구한다. 상대적으로 증권사는 투자에 있어 공격적이고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특징이 있다. 은행에 비해 규모가 큰 리서치센터를 활용해 투자 성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장을 활용하는 반면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보다 높은 확정금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구조적으로 수익률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작년 11월 NH투자증권 4층 아트홀에서 열린 '2018년 전망 투자 포럼' 행사 모습. 사진/NH투자증권
 
ISA는 출시 이후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2016년 출시 당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사업성이 크게 뛰어난 부문은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서민형과 농어민형 비과세 한도를 각각 250만원, 200만원에서 일괄 400만원으로 늘리고, 중도 인출도 허용하는 등 투자자 혜택을 늘리면서 관심이 확대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외국보다는 혜택이 적어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ISA 출시 당시 시장 선점을 위해 신탁형의 확정금리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특판 상품이 많이 나온 데 비해 일임형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일임형 성과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기대감이 있다.
 
특히 당사의 ISA 상품은 장기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본다. 짧은 기간에 수익률 1등을 기록하는 상품들은 국내 우량주를 비롯해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지 않아서 변동성도 높을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내기도 어렵다. 반면 당사의 ISA는 글로벌 주식, 채권, 원자재, 리츠 등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뛰어나 변동성이 매우 낮고, 안정적인 강점이 있다. 단기적으로 수익률 1위를 뺏긴 적도 있었지만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이익을 쌓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중도인출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증권사를 넘나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당사 상품에 자금 유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면서 WM 시장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 시장에 대한 전망은?
 
증권사들의 리테일 화두는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 심화다. 당사가 평생 수수료 무료를 내걸면서 경쟁 촉발에 일부 기여했는데, 과거 사업 수익의 대부분이 수수료 수익이었던 만큼 각 사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본다.
 
리테일 수수료 수익 감소를 만회할 분야로 떠오른 게 WM 시장이다. 브로커리지 수익보다 오히려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브로커리지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는 이익이 늘어나는 반면 장이 꺾이면 수익도 떨어진다. 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원이 아니다. 반면 펀드를 비롯해 자산관리 상품을 많이 팔아놓으면 자금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펀드 수퍼마켓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가입이 늘면서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펀드를 가입할 때 직원 상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향후에는 펀드 판매만으로 이익이 크게 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대안은 있다. 자산관리 자문업으로 시장을 넓히고 상담 수수료를 받는 체계가 구축되면 포트폴리오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 자산의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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