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국회 3월까지 개헌발의 안하면 정부가 직접"…문 대통령 강력한 드라이브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추진 의사 확고…"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
2018-01-10 19:15:38 2018-01-10 19:15:3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국회가 3월 정도에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개헌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그 시점까지 개헌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가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국회 개헌특위가 2월 정도 개헌안 합의를 통해 3월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회 논의를 더 지켜보면서 기다릴 생각”이라며 “그러나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지 않으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을 두고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속한 개헌안 마련을 위한 압박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해 1년간 활동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야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와 개헌 시기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된 부분만 개헌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만약 국회가 의지를 가지고 정부와 협의가 된다면 최대한 넓은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함께 합의가 되지 않고 만약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게 된다면 국회의 의견도 받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권력구조 개편까지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국민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개헌만큼은 지방선거 때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최소분모를 찾아야 한다”며 “최소분모 속에 지방분권 개헌, 기본권 확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중앙권력구조 개편은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어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선호하는 개헌 방식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선 기간부터 개인적으로는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아마 국민들께서도 가장 지지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소신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개헌은 국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다. 때문에 개헌이 국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경우 청와대는 상대적으로 이슈에서 소외된다. 문 대통령의 경우 집권 2년차에 개헌을 주요 의제로 꺼낸 것은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다”며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지 정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시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들이 올해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시기를 문제삼아 동시 개헌 불가 입장을 표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는 점을 자유한국당 등에 전하기 위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공약했다가 대선 이후 이를 번복했다.
 
문 대통령이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개헌 논의는 다시 동력을 살리게 됐지만, 6월 개헌 투표에 반대하는 한국당을 설득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헌 투표가 이뤄지려면 먼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가결을 위해선 국회의원(300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국당 내부에선 개헌 투표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게 될 경우 문재인정부에 대한 견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