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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이프가드 중견·중소기업계 우려…"대내외 여건 동시 악화"
"'설마'하지만 자동차·철강까지 번지면 큰 문제"…불확실성 해소방안 찾아야
2018-01-28 17:21:22 2018-01-28 17:21:28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미국이 외국산 세탁기·태양광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 대기업 외에 중견·중소기업들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철강과 자동차까지 세이프가드 조치가 번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발동을 지난 22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삼성전자와 LG 등의 수입산 세탁기에 최대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또 수입산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선 2.5기가와트를 기준으로 향후 4년간 최대 30%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엔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 등으로 세이프가드 적용 분야가 향후 확대될 경우가 문제다. 업계에선 아직까지 '설마' 하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에 주목하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산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16년 만에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도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28일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제조뿌리산업부장은 "이번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으름장을 놓는 것 같은 측면이 있다. 보호무역은 표면적으로 내세운 것이고 결국 미국내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이슈 아니겠나. 한국 대기업들에서 관련한 조치를 내놓으란 얘기일 것"이라면서도 "제조뿌리기업의 97%가 대기업 협력업체다. 세이프가드 조치가 실제 발동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WTO 제소는 분명히 필요한 조치이지만 정부에서 그 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양 부장은 "설마 그렇게 되겠냐 하고 있지만 워낙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기도 하다"며 "어떻게 될지 봐야겠지만 만약 보호무역조치가 자동차까지 번진다고 하면 정말 큰 일이다. 특히 열처리 등 임가공을 주로 하는 부품업체들의 경우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역시 "중견기업 중 태양광과 세탁기 관련 협력업체들도 있지만 주로 철강 관련 업체가 많다"며 향후 세이프가드 조치 적용 대상 확대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또한 현재 대내외적 여건이 동시에 어려워진 점이 문제라며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 부장은 "세이프가드와 별개로 원화강세, 최저임금인상 등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폐업한다는 중소기업들이 이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이프가드까지 구체화되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정책본부장의 경우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아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들이 보호무역조치로 가는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R&D를 통해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규제 완화 등에 대해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되 사업을 주도하기보다 서포터 역할에 집중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대기업 협력업체인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한 중소기업체의 설비 라인.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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