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몰리는 대학 청소노동자들)①"수십명 해고하고 충원 안해…남은 사람들 죽으라는 얘기"
"근로조건 악화시켜"vs"계약 위반"…대학·청소노동자 갈등 장기화 전망
입력 : 2018-02-12 06:00:00 수정 : 2018-02-12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학가 청소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새학기를 앞두고 적지 않은 사립대들이 계약직 청소노동자들 상당수를 쳐내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생존위기에 몰린 청소노동자들은 연일 혹한에 떨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이 부족하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지만, 올해 사상 최고치로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담을 청소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많다. 학업과 취업 준비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을 학교 청소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는 발상도 비현실적이다. <뉴스토마토>가 현장취재와 함께 문제점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 50여명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인원감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비정규직 철폐투쟁 결사투쟁!", "2009년 단협 미화원들, 우리가 죽었습니까?", "위 아 피플(We are people), 우리도 사람이다!" 
 
지난 8일 연세대 서울 신촌 캠퍼스. 기록적인 추위가 잠시 예년기온을 찾았지만 바람에 쓸리는 체감기온은 한낮에도 -6~7도에 머물렀다. 그 한 가운데서 50~60대 할머니들이 벌써 몇시간 째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크기가 유지됐다. 할머니들은 바람이 세게 불거나 힘이 떨어질 때에는 서로 어깨를 기대거나 손을 맞잡았다. 그들은 연세대 소속 청소노동자들로, 정년퇴직을 이유로 해고한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으려는 학교 정책에 항의했다. 
 
허 찔린 청소노동자들
 
2017년 8월 연세대 산하에 있는 청소·경비 용역 업체는 청소·경비 근로자들과 임금을 인상하는 협상을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들은 학교가 자신들의 정년 퇴직으로 인한 결원을 아르바이트로 채울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연세대 측 계획을 통보받은 때는 12월이나 돼서였다고 한다. 연세대는 정년 인원을 신규 충원하지 않고, 산학협력관과 GS칼텍스관에 3시간짜리 도급 인력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2일, 실제로 두 건물에 도급 인력이 투입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고용노동부 서부지청 근로감독관이 5일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만나고, 양승철 지청장은 김영석 연세대 부총장을 만났다. 15일에는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근로자들과 대학 관계자를 잇달아 만났지만 여전히 소득은 없었다. 절박해진 노동조합 지도부는 16일 지도부가 본관에 있는 총장실로 찾아갔지만 허사였고, 그 이후 건물 1층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연세대, 17명 퇴직시키고 1명 충원
 
작년에 연세대의 청소, 경비, 시설 인원은 모두 합쳐 714명. 올해 1월 현재 667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신촌 캠퍼스 정년 퇴직자 32명을 포함한 인원이다. 청소 퇴직 인원은 17명이고 1명만 충원됐다. 미화원들은 초단기 근로자 투입이 자신들의 노동 강도를 더 높이고, 근로 조건을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시킬까 봐 우려하고 있다.
 
동국대와 숭실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에 따르면 동국대 청소노동자는 지난 2015년 107명에서 86명으로 21명이 감축됐다. 2016년에는 임금까지 동결하며 인원감축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학교는 지난해 연말 정년퇴직한 8명에 대한 신규채용 대신 그 자리를 시급 1만5000원, 하루 2시간짜리 아르바이트인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숭실대도 지난 2016년 25명, 지난해 11명 정년퇴직 이후 신규채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숭실대분회는 “실질적 해고나 다름없는 정년퇴직자 인원 미충원”이라며 “진짜 사장인 원청 동국대와 숭실대는 비교육적·비인간적 청소노동자 인원감축 행위를 철회하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점거농성 장기화 전망
 
각 대학이 개강을 한달 여 앞두고 있지만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학교 측이 꿈쩍도 않기 때문이다. 동국대분회와 동국대 학생들의 모임인 '동국대 청소노동자 인원충원 문제해결을 위한 동국인 모임'은 지난달 29일부터 학교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점거농성에 동참 중인 동국대 사회학과 박지훈(23)씨는 “학교측은 청소노동자분들과의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개강하고 잠깐씩 수업에 들어가더라도 점거 농성은 끝까지 연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관계자는 “새로운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며 “엄밀히 말하면 불법파업이고 불법 점거 상태”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미화원들도 지난달 16일부터 본관을 점거하며 농성하고 있다. 1월19일에는 원래 일하던 건물로 출입하려던 미화원이 용역업체와 충돌한 끝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연세대는 지난 5일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 7일 동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근로자들의 농성을 ‘무단 점거’로 규정짓고, 재원이 모자라 인원을 자연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는 다음날 학교가 연 국제 포럼 건물 앞에서 시위와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응수했다.
 
“어머님들, 응원합니다”
 
현재 노조와 사회단체, 진보정당, 학생으로 이뤄진 ‘연세대 투쟁승리를 위한 서부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온오프라인으로 구조조정을 철회하라는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하루에만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250명의 서명을 받았다. 졸업생 570명 역시 서명에 동참했다.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김민석(26)씨는 “어떤 교직원이 ‘대학원생에게 청소시키면 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김씨는 “학생은 쾌적하게 공부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 실현에 드는 비용을 학생에게 떠넘기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그렇지 않아도 직고용이 아닌데, 그걸 또 한 번 더 외부로 넘겨서 ‘알바생’을 투입하면 청소 환경을 악화시키면 악화시켰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 서명을 한 졸업 예정자 정우민(23)씨도 “그동안 학교는 학생 입장에서 줄이지 말아야 할 돈을 줄여왔다”며 “(1000억원을 들인) 백양로 공사 때문에 학교가 어려워졌는데도 엉뚱한 데서 비용을 줄이는 발상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동국대 재학생 900여명 역시 연대서명에 동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동국대 문예창장과 강진모(21)씨는 “학생들이 청소 근로장학생으로 하루 3시간 근무하더라도 쓰레기는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지금 남아계신 어머님들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본관 총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파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신태현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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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훈

배운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아 즐거운 조용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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