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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정책 손놓은 당국)③활력 불어넣는다더니…더 까다로워진 M&A 심사
SK증권 매각 작업 '오리무중'…하이투자증권 새 주인 찾기 지연
2018-02-20 08:00:00 2018-02-20 08: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금산분리법에 의해 매각 매물로 나왔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지지부진한 인수·합병(M&A) 승인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로의 매각 승인이 적격한 인수 대상자라는 점에서 승인을 원하고 있고, SK증권은 1년내에 매각을 마무리 하지 못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받을 수 있어 절박하다.
 
특히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는 커녕 업체들을 옥죄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SK증권 인수 승인 ‘자진 철회’, “지난번엔 문제 없었는데”
 
지난 2일 케이프컨소시엄은 금융당국에 SK증권 인수 승인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케이프컨소시엄은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사모펀드투자(PEF)다. 작년 7월 SK증권 매각주관사 삼정KPMG는 케이프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고, SK증권 지분 10%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해 600억원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당초 케이프는 특수목적법인(SPC) ‘이니티움2017 주식회사’를 통해 SK증권을 인수한 후 거래대금의 절반은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케이프컨소시엄이 내고, 나머지 절반은 기관투자자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자금조달 구조를 문제 삼았다. 자회사인 케이프투자증권이 출자자로 참여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금지조항을 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의견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자, SK그룹과 케이프는 당혹감을 내비쳐 왔다. 과거 LIG투자증권 인수 당시와 같은 방식의 자금조달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서 SK그룹은 케이프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후 “SK증권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며 “과거 케이프가 LIG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에도 큰 문제 없이 승인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케이프 역시 자금조달 구조 문제가 불거지자 신청 철회 후 새로운 자금 구조로 인수 승인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당국의 부정적 스탠스를 감안해 신중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프 관계자는 “현재 SK증권 인수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된 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K그룹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1일 공정위는 SK가 2015년 8월 일반지주회사로 전환 후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났음에도 SK증권 주식을 처분하지 못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9억원을 부과했다. 또 향후 1년간 SK증권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룹 측 관계자는 “비록 매각이 지연됐지만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자금구조를 바꿔 다시 인수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고, 아직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까다로운 금융당국 스탠스에 노심초사
 
작년 12월 DGB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이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 인가를 신청했다. 당초 금융투자업계는 해당 편입 승인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이 DGB금융지주에 자회사 편입 관련 서류가 미비하다며 보완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보완 요청이 표면적인 이유일 뿐 자회사 편입심사 중단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회사 편입 승인심사는 현행법상 신청 접수 후 60일 내에 마치도록 돼 있으나 서류보완 과정의 경우 심사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당국이 많은 심사를 해야하는 입장이란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거보다 기준이 까다로워진 것 같다”면서 “기업들 입장에선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 초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DGB금융지주는 서류 보완 작업 중에 있으나, 박인규 지주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채용비리 혐의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이슈가 마무리 되기 전까지 편입 승인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입장에서 DGB금융지주는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아 인수 후 인력조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 매각 후 업무적인 부분에서 용이하고 협업도 가능하다”며 “금융당국이 업무가 많아 매각 절차가 빨리 끝나기 어려워 보이나, 마무리 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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