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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는 에너지 주무부처·석유화학은 세무당국 출신 사외이사 '모시기'
SK이노·S-Oil 전 산업부 관료 선임…LG화학·롯데케미칼 국세청·관세청 출신 영입
"대관업무 중요한 특성 감안, 해결사 영입했다는 분석도"
2018-03-05 17:57:05 2018-03-05 20:05:47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이달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외이사에 누구를 영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고위관료를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하기로 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무당국 출신 고위관료를 영입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 제고를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관계가 중요한 업계 특성을 감안해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고 전직 고위관료 '모시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과 최우석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현 산업부) 수입과장, 지식경제부(현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개발본부 본부장과 에너지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S-Oil은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현 산업부) 장관과 홍석우 전 지경부 장관, 이승원 전 쌍용정유 회장, 알 자이드 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이 중 김 전 장관은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통합한 상공자원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경부 장관을 역임했던 홍석우 AT커니코리아 상임고문은 장관 재직 당시 알뜰주유소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밖에 S-Oil은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와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코리아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특히 신 전 대표의 경우 남성 임원 일색인 S-Oil에서 영입한 첫 여성 사외이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S-Oil은 지금까지 사외이사와 임원에 여성을 발탁한 사례가 전무하다. S-Oil 관계자는 신 전 대표 영입에 대해 "에너지 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겸비하고, 이사회의 전문성 강화와 독립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석유화학업계는 세무당국 출신 관료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거나 연임시켜 눈길을 모은다. LG화학은 김세진 한국펀드평가 대표 후임에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임기가 만료하는 김세진 이사와 마찬가지로 재무 전문가라는 판단에 따라 후보로 추천한 것"이라며 "김 전 차장의 영입으로 이사회의 전문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조석 전 지경부 제2차관을 신규 선임하고, 김철수 전 관세청 차장과 김윤하 전 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 국장,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전문성과 독립성,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거수기 혹은 해결사에 가까운 인물을 앉혀 경영진을 견제하고 중요한 기업 결정에 참여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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