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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올해 만기 회사채 2.7조…자금조달 빨간불
대우 매각불발에 채권시장 급랭…업황도 안좋아 유동성 위기 우려
2018-03-08 16:20:11 2018-03-08 16:20:11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손쉬운 단기차입금 비중만 높아질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 회사채는 약 2조7000억원이다. 일정 이자를 지급하면서 만기일에는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기업들은 만기 시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채권을 갚아 차환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이를 상환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 가운데 삼성물산이 올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가 8200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이어 현대건설이 425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이 각각 3350억원, 3150억원이다.
 
대부분 기업은 차환방식으로 만기도래분을 해결하고 있지만 올해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달 1일 현대건설이 올해 첫 회사채 공모에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훈풍이 됐다. 당시 3년물 700억원, 5년물 800억원 총 1500억원 규모 공모에 6400억원 가량 몰렸고, 수요예측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공급대비 넘치는 시장 내 수요가 시장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가 싶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일주일 후 해외부실 리스크로 인해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되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 붙었다. 해외 부실 등 건설사들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투자자들의 심리는 위축됐다. 여기에 회사채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면서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까지 겹쳤다.
 
최근 대림산업과 SK건설 등이 회사채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투자심리를 끌어 올리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중요한데 건설업종 자체가 안정성이 떨어지는 업종 중 하나"라며 "최근 정부 규제까지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 인식이 회복되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 비중을 늘릴 경우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연속성이 있는 상태에서는 늘어나는 단기차입금에 대한 우려가 적지만 만기 도래일이 계속 짧게 이어진다면 유동성 위기를 받을 수 있다"며 "현재 건설업종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연속성이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재무 위험에 대한 우려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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