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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부실 주범 시추선 처리, 잔금 회수 속도
인도 지연 시추선 연이은 매각…유동성 확보 숨통
2018-03-27 18:28:10 2018-03-27 18:28:10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간 미인도 돼 골머리를 앓던 시추선(드릴십)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잔금 회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유동성 확보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최근에는 시추선 매각 소식도 잇따라 전해지면서 시장의 조선업황에 대한 불안 요소도 일부 해소되는 모양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6일 각각 시추선 2척의 건조 계약을 해지했다. 이 시추선들은 노르웨이 시추기업 씨드릴(Seadrill)이 발주했으며, 2013년 7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2척씩 수주했다. 그러나 씨드릴의 재무상황 악화로 인도가 지연됐고, 최근 미국 법원이 씨드릴의 회생계획안을 심사하며 국내 조선업계와 맺은 선박 건조 계약 해지를 승인했다. 이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선수금 3억달러 규모의 선수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시추선 소유권도 갖게 돼 매각을 통한 잔금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조선업계 시추설비(Drillship) 현황. 제작/뉴스토마토
 
국내 조선업계는 고유가 시기에 시추선을 대량으로 수주했다. 심해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선박인 시추선은 고유가 시기에 수요가 증가한다. 조선업계에선 타 선종 대비 수익성도 좋아 효자 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하며 시추선은 조선업계에 부메랑이 됐다. 국내 조선업계에 시추선을 발주했던 회사들은 잇따라 인도를 미루거나 건조 계약을 취소했다. 특히, 헤비테일(선수금을 제외한 잔금을 인도 시 받는 거래 방식) 형태의 계약은 국내 조선업계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10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과 2척의 시추선 건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소난골이 10억달러에 이르는 건조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당초 2016년 6월과 7월로 예정됐던 시추선 인도는 올해 말까지 연기됐다. 이는 지난해 예정됐던 회사채 만기와 맞물려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고,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대규모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60달러대를 회복하면서 시추선 시장의 회복세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인도가 지연됐던 스웨덴 스테나의 반잠수식 시추설비(Semi-Rig)를 유럽의 한 선사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5억달러 규모다. 건조 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계약을 취소한 씨드릴의 시추선 4척은 선박왕으로 잘 알려진 존 프레드릭센의 또 다른 회사가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발목을 잡았던 소난골의 시추선도 최근 앙골라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고, 소난골 경영진도 교체되면서 인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 국제유가 회복이 더딘 상황이며, 시추선이나 반잠수식 시추설비의 가동률이 하락세에 있는 점 등을 들어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 시추설비들의 가동률이 60%대에 머물러 있어 시장이 낙관적이진 않다"며 "발주처와 계약을 마무리한 시추선들이 실제로 매각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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