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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로 쏠리는 IPO)①한국·NH·미래가 독식하는 기업공개…전체의 60% 차지
작년 58개 상장사 중 35개사 주관…자본력·리스크관리 앞서
2018-03-30 08:00:00 2018-03-30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지난해 풍부한 유동성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은 호황이었다. 올해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IPO의 열기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의 '빅3'는 IPO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체 IPO 시장의 60%를 이들 3사가 차지했다. IPO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목소리가 커진 상장기업이 대형 증권사를 선호하는 경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인력 규모 차이로 인해 중소형사는 공모주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과다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난다. 빅3가 상장을 주관한 회사들 중 공모가보다 주가가 하락한 종목도 적지 않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IPO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IPO 시장에는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라는 초대어가 상장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주관사 역시 각각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른바 '빅3'가 가져가게 됐다.
 
IB가 증권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으면서 모든 증권사가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IPO는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하지만 빅3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자산규모 기준 대형사로 분류되는 KB증권과 삼성증권도 IPO 시장에서만큼은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전통의 강자 대신증권과 지주사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신한금융투자 정도가 버티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는 8종목, 코스닥에는 50종목이 신규로 상장했다. 코스피 8개사 중 5개 회사가 빅3를 통해 상장했다. 가장 많이 상장 주관을 담당한 회사는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넷마블게임즈(251270), 덴티움(145720), 호전실업(111110)의 상장을 주관했다. 진에어(272450)는 미래에셋대우가, 삼양패키징(272550)은 한국투자증권이 담당했다. 나머지 3곳 중 동양피스톤(092780)은 대신증권과 IBK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사였으며 아이엔지생명(079440)은 삼성증권과 모건스탠리가, 테이팩스(055490)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맡았다.
 
코스닥시장도 빅3 쏠림은 비슷한 양상이다. 코스닥에 상장한 50개 종목 중 한국투자증권이 13개, 미래에셋대우가 11개, NH투자증권이 6개를 담당하면서 60%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다. 실적 역시 건수와 비례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의 총 증권인수 규모는 15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빅3는 8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이처럼 IPO가 대형 증권사들로 몰리는 현상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튼튼한 자본력이다. 증권사들은 IPO 시장에서 단순히 상장 주관업무를 하는게 아니라 지분투자까지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상장전 지분투자를 하는 '프리IPO'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프리IPO가 비상장기업과 주관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필수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프리IPO에 대해 자기자본금을 늘리고 주관사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증권사에 지분투자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2호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개발업체 엔쓰리엔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투자와 주관계약을 해지했다. 회사는 올해 초 하나금융투자 PI(자기자본투자)실에서 프리IPO를 유치하며 신규 주관사로 하나금융투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에도 프리IPO를 요청했으나 검토 끝에 무산됨에 따라 상장사를 변경한 것이다.
 
올 상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인 진단키트 제조업체 젠바디 역시 주관사 선정에 앞서 지난해 2월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30억원,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주관사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기 40억원을 투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IPO 주관사로 선정되는 것도 어렵지만 수수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상장 주관 업무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며 "프리IPO를 통해 상장사와의 신뢰 구축과 수익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분투자는 RPCS(전환상환우선주)로 이뤄지는데 기업이 주관사에게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실사 과정에서 오히려 이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IPO가 대형증권사들로 몰리는 현상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을 일은 아닌거 같다"며 "대형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리스크 관리 수준이 중소형사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로서도 같은 조건이라면 중소형사 보다는 대형사를 택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상장한 코스닥 업체 IR 담당자는 "병원도 동네병원보다는 대학병원을 선호하듯 기본적으로 대형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발행사와 비슷한 업종의 IPO 경험이 얼마나 있나를 보는데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대형사가 우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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