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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눈돌리는 대형건설사
수도권 공급 부족 영향…브랜드가치로 지방 공략
2018-04-09 16:08:29 2018-04-09 16:08:29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중소·중견사들의 주 무대였던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지역 유일한 공급수단인 재건축 사업이 정부규제로 쉽지 않은 데다 서울 외곽지역 신도시 개발도 마무리되면서 먹거리가 부족해진 영향이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사업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간 구축한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단 전략이다.
 
지방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지방 도시에 공급된 1만1859가구 가운데 70%에 달하는 7884가구가 대형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895가구 가운데 6692가구가 브랜드아파트였던 것과 비교해 18% 가량 증가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지방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는 수도권 지역 내 신규 공급이 줄어든 게 주 요인이다. 우선 서울 내 유일한 아파트 공급 수단인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신규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데 이어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양지영 R&C 소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수급인데 서울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에는 공급이 사실상 중단상태"라며 "서울 내에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은 재건축이 유일한데 이 역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곽지역도 마찬가지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에 이어 광교,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2014년부터 택지지구 추가 지정은 없는 상태다. 때문에 신도시 내 아파트 공급물량도 감소세다. 수도권 택지지구 내 아파트 분양은 2015년 10만5585가구 분양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6년 6만6093가구, 지난해 4만5569가구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그동안 대형건설사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해왔다. 수요층이 두터운 수도권은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형건설사들이 사업성이 큰 수도권을 먼저 노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급물량이 줄면서 지방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대형사들은 브랜드파워를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그동안 지방은 지역 내 건설사 혹은 중견사들 중심으로 공급이 이어졌기 때문에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다.
 
올 1분기 수도권 및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 가운데 1순위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6820가구) 중 6개 단지(4988가구)도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였다. 이 달에도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을 진행한다. 대림산업은 이 달 전라남도 순천에 605세대 단지를 분양할 계획이다. 현대건설과 한화건설은 오는 10일 각각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 분양을 시작하며, 포스코건설도 다음달 강원도 원주에 1800여 세대를 분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는 시공사의 노하우 등에 있어 수요자 선호도가 높아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다"며 “건설사에서도 지방 거점지역에서 분양할 경우 희소성이나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물량을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빽빽하게 들어찬 세종시 아파트.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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