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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머니백’ 김무열 “돈? 로또 6만원 행운이 전부였다”
“지독히 가난했던 20대, 극중 경제적 어려움 이해돼”
“100만 돌파하면 커피차 끌고 100분에게 커피 대접”
2018-04-09 17:10:26 2018-04-09 17:10:2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야누스의 두 얼굴’ 배우 김무열에 대한 단상이다. 그의 얼굴에는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한다. 먼저 극단적인 악이다. 스크린 데뷔작 ‘작전’에선 경제적 파렴치한이자 무뢰배 ‘조민형’을 연기했다.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질 수 없을 만큼 악랄하고 악독한 인간이다. 종국에는 치졸함까지 더해지니 김무열의 인상은 악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선함도 공존한다. ‘최종병기 활’에선 아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서군’으로 등장한다. ‘은교’에선 예민하고 민감한 그러면서 자존감을 상실한 ‘서지우’를 연기했다. ‘연평해전’에선 리더십 강한 ‘윤영하’, ‘기억의 밤’에선 충격적 실체를 감춘 ‘유석’이다. 따지고 보면 그는 ‘야누스’가 아닌 ‘다면체’에 가깝다. 그리고 개봉을 앞둔 ‘머니백’의 찌질이 취준생 ‘박민재’를 연기한 김무열의 모습. 그의 본 모습이 궁금할 정도다.
 
김무열. 사진/리틀빅픽처스
 
언론시사회 후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평소의 ‘김무열’로 돌아왔다. ‘평소의 김무열’이란 단어가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작품 속 캐릭터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화해 왔다. 배우라면 당연한 결과물이겠지만 그의 연기는 유독 작품 속 이미지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온다. 워낙 댄디한 느낌이 강한 김무열이다. 뮤지컬 배우 출신의 우월한 피지컬도 큰 몫을 한다.
 
“너무 좋게 말씀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웃음). 작품 속에 따라서 나름 준비를 해왔던 게 저에 대한 좋은 평가로 이어지니 배우로선 더 할 나위 없죠. 글쎄요. 이번 ‘머니백’의 ‘민재’ 같은 역은 오히려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 적도 있었고. 상황 자체의 어려움에 고민을 했던 20대가 있었으니. 경제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는 인물이었어요.”
 
사실 좀 많이 놀랐다. 누가 봐도 부족함 없이 살아왔을 멋들어진 김무열의 모습 아니던가. 그는 20대 시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난을 몸으로 견뎌왔단다. 공사판 ‘노가다’로 생계를 이어간 적도 있었다. 친구가 일하는 편의점 앞에서 건너 준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허다했다고. 그저 가난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 극심할 정도였단다.
 
김무열. 사진/리틀빅픽처스
 
“우선 20대 시절 제가 가장이었어요. 아버지가 건강이 너무 안좋으셔서 제가 돈을 벌어야만 했죠. 영화에서 ‘박민재’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을 먹는 장면은 저도 많이 경험했던 적이 있어요.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건네주는 걸 받아 먹기도 하고. ‘민재’의 모습이 사실적인 것은 감독님이 실제 모델을 인터뷰해서 만드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보는 느낌이 좀 체감이 다른 것도 있어요.”
 
행동이나 모습 등에서 고달프고 찌질한 모습이 사실적이지만 그의 영화 속 모습도 큰 몫을 했다. 영화 내내 불쌍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사실 특수분장 덕분이란다. 극에서도 내내 얻어 맞고 눈물 콧물을 흘리는 모습 때문에 실제로 부은 얼굴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분장 덕분에 김무열은 완벽하게 찌질한 취준생 ‘박민재’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하하하. 이게 사실은 ‘난 절대 웃기지 말자’였어요. 현장에서 저와 희순이 형 둘은 ‘우린 절대 웃기지 말자’라고 다짐했는데. 이상하게 웃기게 보여요. 하하하. 아무래도 눈 분장 때문일 거에요. 감독님은 사실 되게 걱정을 많이 하셨었어요. 절 망가트리는 것에 ‘그래도 괜찮겠냐’라면서 많이 우려를 하셨죠. 뭐 캐릭터 중에서도 제일 어리고 실제로도 제가 제일 동생이에요. 웃긴 건 다른 분들이 담당하고. 난 있는 그대로 인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봐도 눈 분장 때문에 참 하하하.”
 
김무열. 사진/리틀빅픽처스
 
‘머니백’은 액션과 추격이 ‘메인 메뉴’이지만 김무열이 연기한 ‘박민재’의 우스꽝스런 외모 만큼 영화 전체에 코미디적인 요소가 난무한다. 감독의 디렉션(연기 지도)인지 배우들의 현장 애드리브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장면이 너무도 많았다. 포복절도할 수준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적절한 호흡과 치고 빠지는 장면의 연속이 보는 맛을 더했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 총출동하다 보니 다들 너무 튀지는 않을까 감독님이 걱정하신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일 웃기지 않는 캐릭터인 저와 희순이 형은 ‘우린 자제하자’라고 서로 약속을 했죠(웃음). 현장에선 웃기기도 했지만 정말 ‘다들 치열하게 덤비시는 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들 하셨어요. 특히 경영 선배님은 거의 촬영의 90%가 애드리브 수준이었으니. 하하하. 현장에 오면 감독님에게 ‘우선 들어봐’라는 게 인사말이실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영화를 보면 눈길을 끄는 점은 엄청난 양의 돈이다. 김무열은 데뷔작 ‘작전’에서도 비록 촬영이었지만 쉽게 만져보지 못할 돈뭉치를 소품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이번 ‘머니백’에선 처음부터 상당한 금액의 돈다발이 담긴 골프백이 등장한다. 이 가방을 차지하려 물고 물리는 인물간의 추격전이 이어진다. 도대체 가방에 담긴 돈은 얼마나 된 것일까.
 
김무열. 사진/리틀빅픽처스
 
“하하하. 거의 가짜 돈이에요.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만 5만 원권 다발의 제일 위만 진짜 돈을 썼고 나머지는 전부 가짜 돈이에요. 가방에 담긴 가짜 돈을 진짜 금액으로 환산하면 15억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이니. 하하하. 아! ‘작전’ 촬영 때는 고 박용하 형이 대출을 받으러 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는 실제 만 원짜리 돈 뭉치로 촬영했었어요. 그때 금액이 아마 3000만원인가 그랬어요. 그래서 스태프들이 감독님의 ‘컷’ 소리만 나면 돈 뭉치 주변으로 달려와서 돈 보호를 하느라고. 하하하.”
 
실제로 지독히도 가난한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고, 영화 속에서도 돈 때문에 목숨을 건 추격전을 펼친 김무열이다. 행운 같은 돈 가방이 떨어져 죽을 고생을 하지만 어찌됐든 누구라도 한 번쯤은 꿈꿔볼 돈벼락을 맞아본 그가 아닌가. 비록 영화이지만. 혹시 실제 생활에서도 돈벼락에 버금가는 행운을 손에 쥐어 본 적은 있을까. 그는 허탈한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김무열. 사진/리틀빅픽처스
 
“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런 요행과는 거리가 멀어요. 하하하. 어릴 때는 과자회사에서 경품으로 주는 점퍼가 있었어요. 동네 친구들이 그걸 입고 다니는 데 얼마나 부러웠는지. 과자를 사 먹으면 응모를 할 수 있는데. 전 그 과자 사 먹을 돈이 없었으니. 커서는 글쎄요. 아 맞다. 로또에 한 번 된 적이 있어요. 근데 금액이 6만원? 하하하. 그때 마침 현금이 너무 필요해서 친한 친구한데 5만 원 주고 넘겼어요(웃음)”
 
개봉 전이지만 언론시사회 이후 아날로그 추격 코미디의 귀환이란 찬사를 받으며 흥행 전선에 청신호를 켠 ‘머니백’이다. 그동안 악역부터 액션 그리고 스릴러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해 온 김무열이다.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갈고 닦은 코미디 감각을 터트릴 기회를 엿보고 있어온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다.
 
김무열. 사진/리틀빅픽처스
 
“우선 출연 배우들이 내기를 했어요. 100만 관객이 넘으면 임원희 형이 사비로 100만 원어치 회식비를 쏘겠다고. 전 음~~~극중에서 형사역으로 출연하는 희순이 형과 100만 관객이 넘는 날 서울 시내 어딘가에 점심 시간에 커피차를 끌고 나타나 100분에게 커피를 쏘겠습니다. 물론 이건 희순이 형과 협의가 안된 공약입니다.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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