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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 초점) ‘7년의 밤’ 이런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 아쉽다
완성도-해석의 문제 vs 각색 자체의 어려움 두드려져
2018-04-10 16:47:11 2018-04-10 16:47:1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누적 판매 부수 50만부를 넘어선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현재 극장가에 상영 중이다.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소설 속 공간 ‘세령 마을’은 스크린에 완벽에 가깝게 구현됐다. ‘최현수’와 ‘오영제’ 캐릭터는 소설 속 상상의 인물 이상으로 되살아 났다. ‘댐에 수몰된 마을’ 이미지는 영화 오프닝과 함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그려졌다. 무엇보다 어둡고 음습하며 암울한 극 전체의 톤 앤 매너는 소설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로 재탄생 됐다. 사실 원작을 능가한다기 보단 재해석에 가까웠다. 원작자인 정유정 작가도 이를 인정하고 극찬했다.
 
‘7년의 밤’ 영화화는 무려 8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무로 제작자들 사이에선 이 소설을 두고 판권 경쟁을 벌였다. 실제로 15개 회사가 판권 매입에 뛰어들었다. 한 회사가 낙점됐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했다. 우선 이 소설의 복잡한 플롯(이야기 구성)이 문제였다. 플롯을 따라 얽히고설킨 인물간의 감정선도 마찬가지다. 이건 영화 각색 자체가 불가능한 소설이었다. 당시 한 중견 제작사 관계자도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시나리오 각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10일 현재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개봉한 ‘7년의 밤’은 누적 관객 수 51만 6330명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90만 수준이다. 100만 돌파는 고사하고 부가판권 수익까지 더해도 제작비 회수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 완성도가 문제일까
 
압도적인 이미지와 공간 창조력 그리고 영화 전반의 미장센은 거의 원작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림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할 정도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 역시 영화 전체의 무대가 되는 세령 마을을 그려내는 집중했다고 한다. 존재하지 않는 구조의 마을을 위해 그는 전국을 뒤졌고 영화 속 무대가 되는 공간을 찾아내 세트로 구현했다. CG의 도움도 받으며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다. 1년여의 후반 작업을 통해 드러난 시각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관객 동원력 기준의 결과는 좋지 못하다. 영화적 완성도의 문제일까. 아니면 감독이 선택과 집중이 문제였을까.
 
영화 '7년의 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원작은 현수와 영제 서원과 승환 그리고 현수의 아내 은주와 영제의 아내 하영 이들의 물리는 관계의 역전과 반복 속에서 벌어지는 악의 굴레를 그린다. 그 악의 굴레는 세령마을이란 공간의 악이 뿜어내는 기운에 점차 녹아 들고 스며드는 듯했다. 반면 영화는 이들 가운데 현수와 영제 그리고 서원과 승환 여기에 사건의 단초가 되는 영제의 딸 세령에게 집중한다. 특히 현수와 영제에게 내면 속 이유에 집중했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추 감독이 “악에도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고 말한 연출 이유가 포착되는 지점이다.
 
원작의 텍스트를 스크린의 영상으로 옮길 때 필수적인 지점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시간’이란 한정된 기준점을 갖고 있는 영상 언어로 구현될 때 연출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감독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덜어낼 것과 더할 것 그리고 치환할 부분. 영화는 연출자인 추 감독이 의도한 대로 거의 완벽하게 흘러갔다. 공간이자 무대인 ‘세령마을’을 창조하고 그 속에 인물들을 밀어 넣었다. 그 안에서 그들이 느껴야 할 감정을 주입시켰다. 그리고 그 감정의 이유를 부여했다.
 
완성도 면에서 ‘7년의 밤’은 현재의 관객 동원력이란 잣대로 보자면 무리가 따른다. 적어도 연출자의 의도가 거의 99% 이상 투입된 작품이다. 감독이 원작을 잘못 해석한 지점이라고 해도 말이다.
 
♦ 그럼 원작 해석의 문제?
 
영화는 사이코패스인 영제와 사건의 발단을 만들어 낸 현수의 개인사에 주목한다.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그저 감정에만 집중한 원작 속 흡인력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상력의 기반을 둔 텍스트와 1차원적 시각화가 이뤄지는 비주얼 언어인 영화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이 옳다.
 
그럼에도 문제로 지적을 하자면 정작 살려야 할 지점을 놓친 것은 아닐까란 의문이다. 두 사람에게 이유를 부여한 순간 ‘오영제’는 원작 속 절대악의 기운에 사그라들었다. 현수는 서원을 위해 선택한 극단적 ‘부성’ 자체가 너무도 떠 있는 느낌이 들게 됐다.
 
영화 '7년의 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원작 속 캐릭터 설정과 비교 대상에서 처절하게 패배하는 쪽을 택하게 돼 버렸다. 사실 이 지점은 영화 문법상 장르적 풀이법의 시각에서 스토리 구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원작 소설을 고스란히 가져올 경우 플롯 자체의 해석이 불가능해진다. 시간적 제약이 따르게 된다. 각색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시점부터 원작의 긴박하고 치밀한 스릴러적 요소는 사라진 채 심연 속 어두운 심리극으로 변화가 됐다. 원작과 영화의 절대적 기준이 달라진 지점이다. 소설을 읽은 관객이 동요하지 못한 지점이 아마도 이 부분일 것 같다.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은 무려 123분을 버텨야만 한다. 어둡고 음습한 이 두 사람의 심리 충돌을.
 
완성도 측면에선 분명 이견이 없는 작품이었다. 지금의 결과물이 완벽한 창작물이었다면 흥행 결과는 달랐을까. 분명한 것은 기획단계부터 언급이 됐던 ‘각색의 어려움’이 느껴진 결과물이란 점이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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