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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지지·한중일 전략소통…힘 받는 문 대통령 균형외교
북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신호…폼페이오, 김영철 만나 "평화 위해 협력"
2018-05-09 16:44:09 2018-05-09 16:44:0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일 2018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이 동북아 평화·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을 기반으로 한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과정을 놓고 우리 정부가 중일 양국의 원칙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가운데, 실질 협력이 어디까지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동북아·세계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중국과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 3개국은 이제부터 굳건히 손을 잡고 합치해가려 한다”며 “이 지역의 안정은 아시아와 세계 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정상은 이날 3국 간 교류협력 증진과 국제정세 공동 대응·협력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문과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남북 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도 채택했다.
 
이중 특별성명 채택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중일 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기반한다. 특히 이른바 ‘재팬 패싱’ ‘차이나 패싱’과 같은 말이 반복되는 걸 막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하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장소 발표가 예상보다 늦춰진 가운데, 그 틈새를 중국이 파고들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혈맹’인 북중 관계를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유지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합의도 그런 면에서 의미를 더한다.
 
일본의 경우 비핵화 대가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공할 경제적 지원의 한 축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재임 시절인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과거 식민지배로 한반도에 피해를 끼쳤음을 인정하고 국교정상화 후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차관 제공 등에 나서는 내용의 ‘평양선언’에 합의한 바 있다. 아베 총리도 이날 공동 언론발표에서 “납북자, 핵·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이 올바른 길을 걸어 나가면 평양선언에 의거해 불행한 과제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지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북한 경제 재건과정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한중일 3국의 결속은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 논의 과정에서 직간접적 이해당사자인 중국과 일본의 생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존재하는 북미 간 간극을 좁히려는 문 대통령의 중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때 잡음이 일었던 북미 정상회담 세부 조율도 한중일 정상회의에 발맞춰 속도를 내는 중이다. 북한을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미국은 한반도 평화 달성을 위해 북한과 협력하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인 합의 외에 3국 간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도 우리 정부가 향후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가 지난 2005년 11월 이후 2년 반 만에 열린 가운데 정상들은 회의를 정례화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기 중국에서 정상회의를 하는 것을 재확인했고 빠른 시일 내에 개최를 하는데까지 공감대가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존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의 역할도 지금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9일 오전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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