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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0대기업 사회책임 지수)국정농단 몰아친 사회…재계순위도 급변
오너이슈 잠잠한 LG·SK 지수 높아 / 경제권력 '지양' 사회로
2018-05-11 06:00:00 2018-05-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사회책임(CSR) 측면에서 재계 순위는 붕괴됐다. 매출과 임금, 법인세 등 국가 경제기여도가 재계 순위와 상통하지만 사회공헌, 투명성, 법규준수, 환경 등 다른 가치를 더하면 순위는 뒤바뀐다. 전반적으로 CSR지수는 SK와 LG 계열 상장사가 강세였다. 삼성과 현대차를 제친 두 그룹은 일찌감치 지주 전환해 지배구조가 안정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삼성과 현대차는 체제 전환 가능성 등으로 이슈가 지속된 게 지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수 항목을 따져보면 SK와 LG도 순위 비결엔 뚜렷한 차이가 있다.
 
LG는 LG생활건강과 LG전자가 나란히 종합 순위 1·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6위를 차지한 LG화학까지 계열 3사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 LG생활건강과 LG화학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해 지난해 창립 70년을 맞아 CSR 성적도 수위를 거둔 의미가 있다. 양사는 뿌리가 같지만 B2C와 B2B로 분야가 나뉜다. 업태가 다름에도 나란히 CSR 지수가 높다는 점은 그룹 문화 측면에도 호평이 가능한 대목이다.
 
LG생활건강은 생활필수품을 제조·판매한다. 해당 업계에서 피죤이 지배주주 일가 상속문제로 몸살을 앓고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추락하는 등 점유율이나 기업 이미지 면에서 반사이익을 봤다. 다만 LG생활건강도 옥시 제품에서 적발된 유독 성분과는 다르지만 유해물질을 사용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없지 않다.
 
LG생활건강과 함께 화장품 업계 쌍벽을 이루는 아모레퍼시픽이 9위에 올랐다. 양사는 여성직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여성 소비자가 많은 업종 특성이 작용하는 듯 보인다. 양사 등기임원에는 아직 여성이 없지만 비등기임원에는 다수 올라 있는 등 유리천장을 깨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번 CSR지수에서도 양성평등과 다양성 등 인권 지표 점수가 높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그룹 대표들이 지난해 11월 정책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3각편대가 나란히 3~5위에 올랐다. 그룹 내에서도 3사는 살림을 책임지는 축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저유가와 반도체 슈퍼호황, 자회사 실적 개선 등 호재를 맞아 골고루 실적도 좋았다. 3사 모두 거버넌스 순위가 10위권 내로 준수한데 지표를 구성하는 매출, 법인세, 주가상승률 등이 실적과 연결된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S-Oil(8위), 롯데케미칼(12위) 등 정유·화학 업체가 득세한 배경도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유화업종은 매출이 크고 장기근속이 많아 연봉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 모두 거버넌스 점수가 높다. S-Oil 경우 사회부문에선 40위에 그쳤지만 거버넌스에서 2위에 올라 톱10에 진입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름값에 비하면 부진한 순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고려하면 10위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거버넌스는 11위, 환경은 2위였지만 사회부문이 중하위권(67위)에 머문 탓이다. 삼성전자는 사회부문을 구성한 제품책임, 노동, 인권 지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부정적 언론보도가 반영되는 사회영향 점수가 15점(총점 150점)에 불과했다. 종합 순위 30위에 그친 현대차도 점수 구성이 비슷했다. 사회부문 84위로 사회영향은 45점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구속됐다 올해 2심 결과로 풀려났다. 지난해 탄핵정국을 관통한 최순실 국정농단 뇌물사건에 휘말린 이슈가 지수에도 치명적이다. 새정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재벌개혁 키를 잡은 김상조 위원장은 삼성과 현대차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 포화했다. 압박에 몰린 양사는 결국 올 들어 순환출자를 해소키로 하고 금산결합 문제도 풀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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