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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매장에 힘주는 한샘…영세대리점은 '소외감'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탈바꿈…한샘디자인파크·리하우스에 방점
대리점·직영 상생전략 퇴색…소비자, 대형 매장에 집중
2018-05-10 18:14:50 2018-05-10 18:30:59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종합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009240)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변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통합형 매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샘 주방가구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기존 영세 대리점의 한숨 또한 커지는 양상이다. 집객력이 높은 플래그십 스토어로 한샘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최근 들어 리모델링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대리점을 '리하우스'라는 콘셉트로 변경하면서 시장을 공략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테리어와 가구를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춘 플래그십 개념의 '한샘디자인파크'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우며 고객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한샘디자인파크는 현재 서울 논현점과 용산아이파크몰점, 대구 범어점, 스타필드 고양점 등 4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샘디자인파크의 독특한 점은 매장 내 대리점 직원과 본사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샘은 90년대 중반까지 대리점 영업을 바탕으로 주방가구만을 취급해왔기 때문에 대리점 중심의 주방가구 영업망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본사에서 초대형 매장을 오픈하면서도 대리점에게 임대료를 받고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다. 한샘은 대리점과의 상생을 이유로 본사 차원에서 주방가구 영업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샘 본사가 B2C(기업과 소비자 간 직접거래)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한 건 인테리어와 가구로 영역을 넓히면서부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은 사업 초기 대리점들과 함께 회사를 키워온 측면이 있어서 대리점을 외면하고 본사가 부엌가구를 직접 판매한다고 하기 힘든 구조"라며 "반면 가구나 인테리어는 회사가 성장한 이후에 시작한 것이어서 입김이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샘이 유통업체로 변신하며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영세한 대리점 사업자들의 설 곳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한샘 고객은 '가구와 인테리어를 한 번에 해결한다'는 콘셉트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혹은 리하우스 매장으로 쏠리고 있다. 한샘은 기존 주방가구 중심의 대리점과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로의 입점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영세 사업자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여력이 있는 사업자들의 경우 비싼 월세를 내더라도 방문 고객이 많은 대형 매장에 들어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골목상권의 소규모 매장은 대형 쇼핑몰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대리점을 유지하기조차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한 대리점 주인은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직접 유통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는데, 대형 쇼핑센터에 그럴듯하게 매장을 만들어놓고 고객들을 유인하면서부터 장사가 안 된다"며 "일부 잘 되는 대리점을 제외하면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30여년 전 대리점을 같이 했던 80여곳 대부분 문을 닫았고, 지금 남아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고 토로했다.
 
대리점과의 상생과 시장 확대 사이에서 당분간 한샘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스톱 서비스가 강조되는 추세 속 소비자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샘디자인파크의 경우 통합형 매장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주방가구 매장이 따로 있어 실제론 영업사원을 소개해주는 식이라 다소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대규모 매장에 복수의 대리점 사업자가 입점해 있어 영업 경쟁 또한 치열하다는 점도 해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한샘디자인파크 아이파크몰 모습. 사진/한샘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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