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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수노조 중 특정노조에만 물적지원한 한국타이어 행위는 위법"
"소수노조에 사무실 제공 안 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
2018-05-13 09:00:00 2018-05-13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한국타이어가 복수노조를 두면서 사측을 지지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는 전광판을 제공하고 소수노조에는 사무실도 제공하지 않는 등 달리 취급한 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한국타이어·교섭대표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정대표의무위반시정재심판정 취소·공정대표의무위반시정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노조사무실 관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 취소 청구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심 판정 가운데 노조 사무실 관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시정명령 발령 이후 그 내용이 이행돼 그 목적을 이뤘으므로 시정명령은 목적달성으로 소멸했거나 그 취소를 구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됐다. 따라서 원고들의 소 중 그 부분 취소청구 부분은 적법하지 않다"고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
 
이어 노조 사무실 관련해 "한국타이어가 교섭대표노조에 사무실을 제공했으나 금속노조에는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금속노조를 차별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며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재심판정 가운데 노조 사무실 부분은 적법하다"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또 "노조 사무실은 조합원 교육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신규조합원 모집과 상담 등 노조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으로써 노조법이 보호하는 노조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오직 교섭대표노조에만 사무실을 제공하고 소수 노조에는 이를 제공하지 않는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 근로자 4150명으로 구성된 교섭대표노조는 지난 2015년 11월 한국타이어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반면 금속노조는 한국타이어 근로자 310명이 소속돼 있다. 교섭대표노조는 2016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임금 조정 및 단체협약 갱신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2016년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한국타이어 사측과 교섭대표노조가 근로시간 면제 한도와 노조 전임자를 배분하지 않고 노조 사무소와 게시판도 제공하지 않아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며 공정대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를 신청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대표노조가 금속노조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단체교섭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 한국타이어가 금속노조에 사무소와 게시판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를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봤으나 나머지 신청 부분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노조 사무실과 게시판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교섭대표노조에 교섭과정에서 금속노조 의견을 성실히 수렴할 것을 명하고 금속노조의 나머지 시정 신청 및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한국타이어·교섭대표노조와 금속노조는 지난해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섭대표노조가 금속노조에 단체교섭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 한국타이어·교섭대표노조가 금속노조에 노조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나 게시판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사무실과 게시판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한국타이어·교섭대표노조에 금속노조를 위해 사무실을 제공하고 노조 전임자 배분, 의견을 성실히 수렴하라고 명했다. 한국타이어·교섭대표노조는 이에 불복해 재심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금속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별도 제기한 공정대표의무위반시정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소송에서 같은 재판부는 "한국타이어가 금속노조에 노조 게시판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재심 판정 중 게시판 관련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재심 판정에 대한 금속노조의 청구는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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