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어둠 뚫고 "조양호 일가 아웃!"…"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입력 : 2018-05-13 13:56:13 수정 : 2018-05-13 13:56:13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역광장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들이 모였다. 광장에 모인 참석자들의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외침은 빗소리를 뚫고 광장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얼굴에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주인공이 썼던 하얀색 '가이 포크스' 가면을 착용했다. 우의 속에 조종사 정복과 승무원 유니폼 차림을 한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메신저 익명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에서 추진된 이날 집회에는 1차 집회보다 많은 500여명(경찰 추산 200명)이 참여했다. 땅콩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예명 '브라이언 박', 두 사람이 사회를 보며 집회를 이끌었다. 참석자들은 조 회장 일가의 퇴진 및 갑질 근절 촉구와 함께 자신들의 일터인 대한항공을 조 회장 일가로부터 지켜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 촉구를 위한 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자신을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이라고 소개한 한 참석자는 "대한항공은 제 삶의 자랑스러운 기억"이라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 힘들지 않은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조종사 정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한 참석자는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온 대한항공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회사'가 아닌 3인칭 '대한항공'으로 불린다"며 "공항에 제복을 입고 나가면 시민들도 안쓰럽게 쳐다보는 부끄러운 대한항공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종사 정복 차림의 또 다른 참석자는 기내방송 형식으로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이 비행기는 '사람 살맛 나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향하는 조양호 일가 퇴진 갑질 근절호"라며 "사측의 말도 안 되는 변명과 조씨 일가의 버티기로 심한 기체 동요가 예상된다. 사우분들과 객실, 운항 승무원분들은 탑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비행기 속도는 사우 여러분과 시민들의 탑승이 많을수록 빨라질 것"이라며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행동을 풍자하기 위한 땅콩 깨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조현아 전 칼호텔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 기내에서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회항시켜 일명 '땅콩회항'이라는 대명사를 만들어냈다. 서울역광장에 높게 세워진 땅콩 모형은 집회 참석자들이 줄을 잡아당기자 '조씨일가 전원 OUT'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고, 모두가 환호했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진행된 조양호 회장일가의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2차 촛불집회에서 '땅콩 깨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과 진에어, 조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 졸업생, 한국항공대 재학생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공항에서 대한항공 내 기내식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직원들 대표로 나왔다"며 불법 하도급 중단을 요구했다. 20년 전 인하대를 졸업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대학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박 사무장은 끝으로 대한항공직원연대 호소문을 낭독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국회는 재벌들의 갑질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며 "검찰은 조씨 일가의 폭력과 불법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하여 대한항공이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관세청과 공정거래위원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청와대에 제도적 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책 강구 등도 요구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조 회장 일가의 명품 밀반입에 따른 탈세 의혹으로 비화됐다. 경찰과 관세청 등은 조 회장 일가의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3차 촛불집회 일정은 일주일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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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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