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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현장24시)①인천시장,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
"빌딩 짓는 식 치적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디테일이 중요"
2018-05-14 06:00:00 2018-05-14 16:42:05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제가 아직 시장님은 아니고, 이제 시작했다고 해서 시작님 소리는 듣습니다. 하하.”
 
13일 아침 인천 동구 만석초등학교에 들어서는 파란 점퍼 차림의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의 표정이 밝다. “시장님 오셨다. 동구 개발 좀 해 달라”는 민원에 답한 건 ‘아재 개그’. 다소 싱거운 답변이었지만 그 속에 힘이 담겼다. 지금껏 여론조사에서 줄곧 자유한국당 후보인 유정복 현 시장을 배 이상 앞섰지만 이젠 ‘민주당을 믿고, 박남춘을 믿고 인천을 맡겨도 되겠다’는 지지율 이상의 신뢰도를 쌓았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박 후보는 학교를 들어오자마자 “마이크 잡는 건 생략하자. 게임 진행에 방해만 된다”면서 전날 비로 온통 진흙탕이 된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수행비서는 “이게 박 후보님 스타일”이라고 했다. 1년 두 차례 열리는 만석초 총동문회는 매번 1~27기 졸업생과 그 가족 600여명이 참석한다. 박 후보가 “철길 건너 송월동이 제 고향입니다. 22년을 거기 살았죠. 7기 졸업생 중에 제 친구들 많습니다”라고 하자 4회 졸업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잘 했잖아” “선거운동 다닐 필요도 없어. 다 돼” “우리는 원팀(One Team)”하며 일제히 박수를 친다.
 
동구는 인천의 대표 구도심이다. 이웃인 중구, 남구와 함께 보수의 핵으로 꼽힌다. 6만9000명인 인천동구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실향민 중심의 어르신 표는 그동안 한국당 몫이었다. 그런 동구에 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이 학교 9기 졸업생이자 동구의회 3선 의원에 도전한다는 지순자 후보는 “2010년부터 구의원을 하고 있는데,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빨갱이는 오지도 말라’며 문전박대하시던 어르신들이 이젠 반겨준다”며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큰 변화”라고 말했다.
 
박 후보도 거든다. 그는 “동구와 중구, 남구는 황해도 실향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 대목에서 그 누구도 못 한 값진 경험을 앞세워 정말 잘하고 있어요. 특히 인천은 변화의 과정에서 기대감이 큰 도시입니다”라고 말했다.
 
운동장을 두 바퀴나 돌며 부지런히 허리를 숙였다. “더 이상 부수는 개발은 없게 해 달라. 원주민 쫓아내는 일 없게 해 달라”는 민원이 주를 이뤘다. 그는 “인천의 원도심과 신도시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국정과제인 도시재생뉴딜정책에 발맞춰 구상이 잘 짜여 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11시50분. 박 후보 모교인 제물포고등학교로 이동하는 차에 동승했다. 차 안에서 그는 “방금 전 훈훈한 분위기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인천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도시다. 쓴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고 했다.
 
앞서 새벽 4시 반 집에서 나선 그는 오전 5시 남동구 구월동 로터리에서 구월동 주민산악회원들을 상대로 득표활동을 시작했다. 피곤할 법도 한데 지친 기색이 없다. 수행비서는 “국회의원 만 6년째인데 주말마다 동네 산악회 일정 대부분을 따라나선다. 지역이 몇 십 개니 그 수도 많은 편인데 박 후보는 선거 때만 반짝 나타나는 정치인이란 말을 극도로 경계한다. 오늘도 세 곳 산악회와 간석동 호남향우회 인사를 8시 전에 마치셨다”고 했다. 박 후보가 “그래봐야 나흘짼걸요. 이 파란 점퍼도 나흘째” 한다.
 
제물포고에 도착했다. 운동장에서는 축구경기가 한창이고 한쪽에 마련된 식탁 위 불판에서는 고기가 구워진다. 선후배 동기들이 달려 나와 박 후보를 맞이한다. 이 학교 21회 졸업생인 박 후보는 20회인 유정복 후보의 후배이기도 하다. 20회 졸업생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현 시장은 내 동기고, 박 후보도 제고 졸업생. 누가 돼도 기쁘다”고 말했다.
 
점심때를 넘긴 시간. 다시 그는 부평서초등학교로 이동하기 위해 용수철 튀듯 차에 올랐다. 오후 5시 강화도 강화문화원에서 당원집회 일정이 갑자기 잡히면서다. 선거를 30일 앞둔 14일 이후 당원집회가 금지되는 만큼 오늘이 마지막이다.
 
“정치는 거창한 거 없습니다. 빌딩 짓는 식의 치적으로 유능함을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시민들의 일상을 좀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인천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겠습니다. 독단적이어선 안 되죠. 협치를 앞세워 ‘나를 따르라’가 아닌 주민을 앞세우고 나는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박남춘 후보 약력 ▲1958년 출생▲고려대 행정학 학사 ▲영국 웨일즈대 국제운송 이학석사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인사수석 ▲19·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13일 인천 동구 만석초등학교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환담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차현정기자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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