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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건설사들 재건축 치킨게임 끝내자
2018-05-30 14:16:50 2018-05-30 14:16:50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는 건설사들에게 그야말로 '밥줄'이다. 입지나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된 사업장의 경우 시공권을 따내느냐에 따라 한해 성적이 좌우될 정도다. 재건축 수주전이 돈다발이 오가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승패를 떠나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운전자가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해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이에 정부가 또 다시 메스를 꺼내 들었다. 재건축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돈다발이 오가는 구태가 반복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꺼낸 메스보다 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지난 28일 건설사가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우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고 정비사업 입찰에 2년간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미 착공한 경우에는 시공권을 박탈하는 대신 공사비의 20%를 과징금으로 물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겁주기용에 불과할 뿐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설사들이 규제망의 빈틈을 노리기도 어렵지 않았다. 이전 규정안에 따르면 시공권이 박탈되기 위해서는 건설사나 건설사 직원이 1000만원 또는 1년 이상의 벌금·징역형이 확정돼야 한다. 확정되기 전까지는 착공을 진행할 수 있으며, 확정되더라도 착공 중이라면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금품살포 의혹을 받아 수사 중이더라도 하루빨리 착공하면 그만인 것이다.
 
현재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굵직한 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과징금보다 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이 훨씬 큰 상황이다보니 규제의 약발이 먹힐리 만무하다.
 
재건축 수주전 속 비리와 부패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한층 강력해진 처벌규정을 내놨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건설사 스스로 자정노력이 절실한 때다. 사회로부터 건설사에 대한 부정부패 인식이 만연하다. 출혈경쟁, 치킨게임에 건설사들의 피로감도 더해가고 있다. 치킨게임은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한 데다 모두 승자가 될 수 없는 게임이다. 결과적으로 서로 충돌하면서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임효정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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