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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은행 채용 비리' 현직 은행장 등 38명·은행 2곳 기소
업무방해 외 남녀 차별 채용도 적발…신한은행은 계속 수사
2018-06-17 09:00:00 2018-06-17 14:55:4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에 대해 약 8개월간 진행된 검찰의 수사에서 총 4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집중적으로 수사한 결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12명을 구속기소, 26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2개 은행을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수사에서 하나은행은 현직 행장으로는 유일한 함영주 행장 등 7명이 기소됐으며, 이 중 2명이 구속기소됐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전 행장을 포함해 6명이 불구속기소됐다. 국민은행은 5명이 기소됐고, 이 중 3명이 구속기소됐다. 부산은행은 10명이 기소돼 6개 은행 중 가장 많았으며, 이 중 3명이 구속기소됐다. 대구은행은 2명이 구속기소, 6명이 불구속기소됐고, 광주은행은 2명이 구속기소, 2명이 불구속기소됐다.
 
함 행장은 인사팀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15년과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전형별 불합격 대상자 19명을 합격시키고, 남녀 비율을 4대 1로 차별해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추천이나 청탁이 있으면 별도로 청탁명부를 작성해 채용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하면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키거나 필기전형, 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인 경우 점수를 수정하거나 감점사유를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합격자로 둔갑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은 청탁 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필기전형이나 실무면접에서 애초에 계획에 없어 공고되지도 않았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각 경쟁그룹 중 하위권으로 480명 중 456위, 344명 중 341위 등 불합격 대상이던 2명을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또 2013년 신입 행원 채용과 관련해 실무면접에서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불합격권에 있던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16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출신대에 따라 11명의 합격자가 뒤바뀌었다.
 
이광구 전 행장은 인사담당 상무 등과 공모해 2015년과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 중 서류전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조카, 우리은행 본부장의 아들 등 불합격자 23명을 합격시키고, 1차 면접에서 전 국가정보원 간부의 딸, 우리은행 부장급 직원의 딸 등 불합격 대상자 10명을 합격시키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 간부의 딸은 2015년 서류전형과 1차 면접 점수 조작으로 합격했지만,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2016년 3월 사직했다. 이후 그해 9월 재응시에서 서류전형 불합격권으로 분류됐는데도 결국 점수 조작으로 최종 합격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부행장 부탁이 없었는데도 평소 이름을 알고 있던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 지원자를 부행장 자녀로 착각해 논술점수 조작으로 합격시켰다가 부행장의 자녀가 남성으로 현재 군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면접 단계에서 해당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사례가 적발됐다. 또 국민은행은 2015년 신입 행원 채용과 관련해 서류전형 결과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 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올려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등급점수를 내려 불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은행은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1조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에 대한 채용 청탁이 있자 단계별로 점수를 조작하거나 부당하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하자 합격 인원을 증원한 후 임원 면접 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합격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13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도 부산시 세정담당관으로부터 아들 채용 청탁을 받고, 시금고 재유치에 대한 청탁 대가로 점수 조작을 통해 합격시켰다.
 
이번 수사는 서울북부지검이 우리은행을, 서울서부지검이 하나은행을, 서울남부지검이 국민은행을, 부산지검이 부산은행을, 대구지검이 대구은행을, 광주지검이 광주은행을 담당하는 등 전국 6개 청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참고자료가 이첩된 신한은행에 대한 채용 비리 사건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중인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공소 유지로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수사 중인 신한금융그룹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여성 합격자 비율 인위적 조정 사례. 사진/대검찰청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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