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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진흥공사 사장 후보 ‘3人3色’···"전문가 선임돼야"
2018-06-18 14:49:17 2018-06-18 16:07:44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다음달 공식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 공모 절차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선박금융 이론과 실무를 겸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 사장 최종 후보에는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사장, 황호선 전 부경대 교수가 올랐다. 최종 면접을 마쳤으며, 청와대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관할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달 중 해양진흥공사 사장 선임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는 문재인정부가 처음으로 설립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해운·조선 업계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3명 후보는 ‘산업계(김연신)’과 ‘정부·금융계(나성대)’, ‘정치·학계(황호선)’ 출신으로 나뉘어 각각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변수는 정부와의 관계가 최종 선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이로 인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침체된 해운업을 재건하기 위해 설립하는 해양진흥공사의 본래의 의도와 달리 청와대 ‘코드인사’로 변질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김연신 “선박펀드 탄생 주역”
 
김 전 사장은 조선·해운업계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2년생으로 경기고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조선업계 출신이면서도 국내 유일의 선박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1978년 대우중공업에 입사 후 같은 해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 1998년 퇴사 때까지 선박영업 부문에서 주로 활약하며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3대 조선사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선박영업 업무는 선주의 선박 발주금액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도록 주선하는 일도 포함되기 때문에 금융지식이 필수다. 김 전 사장은 이러한 경험과 능력을 살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설립된 한국선박운용(2010년 한국선박금융으로 사명 변경) 초대 사장으로 선임되어 2012년까지 부임했다. 한국선박금융은 기관 및 개인 투자자로부터 조성한 자금으로 선박투자회사라는 단일 목적의 회사를 설립, 이 회사가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고 이렇게 건조한 선박을 해운사에 용선해 여기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일을 한다. 김 전 사장은 이 제도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특히, 부족한 예산 사정 때문에 정부가 해양경비함정의 원활한 수급에 애로를 겪자 김 사장은 해양경찰청과 함께 ‘거북선 펀드’를 출시, 경찰 행정공백을 메우고, 일반인들도 높은 투자수익을 얻는 효과를 창출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04년 첫 선박펀드가 출시된 후 2013년 4월까지 총 138개 선박투자회사를 인가해 9조2000억원의 선박금융을 조성, 199척의 선박을 확보했다. 이후 실적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성동조선해양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부임, 조선사에 복귀했고, 이듬해에는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승진, 2년간 역임했다. 당시 성동조선해양은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2010년 8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김 전 사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 슬림화, 철저한 재무관리 등으로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수익성 우선 수주전략, 품질 개선 및 자구계획 프로그램 이행 등을 실행해 신규자금 투입없이 자력으로 회사 경영이 가능할만큼 재무 개선을 이뤘다. 오랜 선박영업 및 선박금융 경험을 통해 얻은 인맥과 지식을 바탕으로 신규 수주영업에 나서 재임기간 동안 70여척의 선박을 제값 받고 수주했다.
 
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사장
 
나성대 “금융·해운 이해도 높아”
 
나 사장은 1958년생으로 국립철도고등학교와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국방대학원 국방관리학과(석사)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재무부·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 등 공직에 근무한 그는 굵직한 기관이 만들어질 때마다 설립멤버로 나섰다.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설립단장을, 2009년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세워질 때도 설립준비단 총괄반장을 맡았다.
 
그는 해운과 금융을 두루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정책금융공사에서 선박 관련 여신심사와 기획을 맡았고, 정책금융공사와 한국산업은행이 합친 KDB산업은행에서는 여신심사 담당 부행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선박해양 초대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선박해양은 해운사가 보유한 배를 사들인 뒤 싼값에 다시 빌려주는 일종의 ‘선박은행’이다. 한국선박해양이 해양진흥공사에 흡수될 예정이라,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호선 전 부경대 교수
 
황호선 “비전문가지만 추진력 강해”
 
황 전 교수는 두 후보와 달리 선박금융과 관련한 직접적인 경력이 없다. 1952년생인 그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부경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국제지역학부 교수,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산시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으며,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부산시 사상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황 전 교수가 후보군에 오른 배경에는 문 대통령과 경남중·고 동기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황 전 교수와 함께 김 전 사장이 장하성 청와대 청책실장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라는 것까지 묶어 정권의 코드인사가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에서는 그가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 속에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대통령 자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해수부 정책자문위, 부산경실련,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위원회 등 활동을 활발히 해 온 점을 들어 해운·조선업 재건과 함께 고용증대 및 중소기업 육성까지 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해운·조선업계는 세 후보가 각각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누가 오던 해양진흥공사를 잘 이끌어가길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업종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산업 재건이라는 공사 설립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부산에서 출범하는 해양진흥공사는 혁신경영본부, 해양투자본부, 해양보증본부 등으로 구성되며, 현대상선에 대한 신조발주, 기타 국내 해운사에 대한 금융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법정 자본금은 5조원이다. 초기 납입 자본금 3조1000억원을 활용해 총 50척 선박의 신조 발주 및 선사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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