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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성인용품에도 발들인 이마트, '적나라한' 삐에로쑈핑
4만여개 제품 두 층 가득 전시…'보물 찾기'하듯 구경 재미↑
2018-06-27 16:26:50 2018-06-27 16:26:50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층·지하 2층에 걸쳐 위치한 삐에로 쑈핑 1호점은 간판부터 시선을 잡아 끌었다. 마치 20여년 전의 놀이동산 느낌처럼 빨간색과 노란색, 파란색 등 진한 원색의 간판이 돋보였다. 광고판에 정신없게 형형색색의 글자가 흘러가는 모습은 이름 그대로 삐에로를 연상시켰다.
 
'FUN&CRAZY'를 콘셉트로 10~30대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삐에로 쑈핑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개념 매장이다.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으로 오프라인 성장동력을 추구하던 이마트가 새롭게 선보인 전문점이다. 일본의 '돈키호테'라는 만물상을 벤치마킹한 삐에로 쑈핑은 B급 감성까지 더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어디부터 눈을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빽빽하게 진열돼 있다. 입구에 발을 들이자마자 한 뼘 남짓한 거리에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대 사이는 성인 한 명정도만이 온전히 지나갈 만큼 좁았다. 왼쪽을 봐야할지 오른쪽을 봐야할지 직진을 해야할지 고민해야될 만큼 상품들이 많았다. 먼저 발길을 돌린 왼쪽에 위치한 잡동사니 코너를 지나면 푸드 코너가 숨어있었다. 이곳에서는 순대, 튀김, 오뎅, 떡볶이, 옛날 핫도그 등의 간식과 커피, 음료 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다시 잡동사니 코너를 지나 지하1층 매장 가운데에 서니 왼쪽으로는 화장품 코너, 오른쪽으로는 명품 코너가 위치해 있었다. 화장품 코너에는 한 면 전체를 렌즈 제품이 차지할 만큼 다양한 써클렌즈들이 구비돼 있었다. 밝은 조명으로 인해 일본의 돈키호테보다 조금 더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화장품 코너에는 쿠션, 립스틱, 아이섀도 등 다양한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었는데 맘에 드는 상품은 발라보고 직접 맞는 호수를 찾아 구매하면 돼 편리하게 느껴졌다.
 
오른쪽의 명품 코너도 특이했다. 100만원이 넘어가는 명품 백들이 전혀 세련되지 않은 장식장 안에 피규어처럼 전시돼 있었다. 보라색, 분홍색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있는 진열장을 보며 명품인지 야시장에서 파는 가짜 가방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이곳에 위치한 제품은 모두 진품이다. 병행수입된 제품들로 프라다 토트백 기준 188만원에 판매 중이다.
 
삐에로 쑈핑에서 판매하고 있는 명품 가방들. 사진/뉴스토마토
 
중간에 위치한 신발들은 도매 매장처럼 비닐에 싸인채 가판대 위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 가판대 위 안내판에는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사이즈 찾기!'라는 문구가 있었다. 원하는 제품을 신어보고 알아서 사이즈를 확인한 뒤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직원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 외에도 지하 1층에는 패션잡화, 포토교통카드 등 볼거리가 많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보니 지하 1층보다 약 두 배나 더 큰 지하 2층 매장이 펼쳐졌다.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여름에 걸맞는 워터 스포츠용품들. 커다란 바디보드가 눈에 띄었다.
 
지하 2층의 제품군은 더욱 다양했다. 최근에 핫한 '다이슨 V8청소기'부터 '오래오래 개편한껌'(애견용품),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길게 전시된 와인코너도 있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새로운 상품들이 눈에 띄어 어떤 것부터 봐야할지 고민이 됐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지하 2층 가운데에 위치한 성인용품·코스프레 코너였다. 신촌, 이태원, 홍대 등을 중심으로 '어덜트샵'이라는 재미추구형 성인용품 샵이 유행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실제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란제리류를 제외하고 실제 성인 용품들은 '성인인증존'이라고 크게 써있는 팝아트 느낌의 블라인드에 가려져 있었다. 이 곳은 신분증을 검사하는 매장이다. 그러나 신세계 측에서 수위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에 진열된 란제리류 역시 약간 적나라하다는 말소리가 들렸다. 청소년들의 성인용품 매장 출입 통제 문제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들어가는 것까지 컨트롤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분증을 확인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최대한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는 편의점 두 곳을 합친 정도 크기의 식품 코너가 있었다. 야채 등 신선식품류도 있었으며 라면, 음료 등 가공품도 있었다. 이마트 측은 최대한 상품군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제품만을 비치했다고 밝혔다.
 
가장 안쪽에는 흡연자들이 환호할 지하철 콘셉트의 흡연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지하철 한 칸 정도를 떼놓은 듯한 디자인에 내부에는 환풍기가 설치돼있어 쾌적한 흡연이 가능했다.
 
매장 직원의 티셔츠에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재미를 더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창고없이 재고를 매장에 그대로 쌓아두는 콘셉트를 계획했으며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목표했다. 실제 가격도 '급소가격'(유통기한 임박한 스팟상품), '갑오브값'(카테고리 내 대표하는 상품), '광대가격'(삐에로 쑈핑 단독상품·PL상품) 등으로 책정해 소비자의 찾는 재미를 더했다.
 
이마트의 재밌는 만물상은 오프라인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 이마트의 신성장동력을 찾고자하는 신세계의 계획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삐에로 쑈핑은 오는 28일 정식 오픈한다.

삐에로 쑈핑은 4만여개 제품을 두 층에 걸쳐 빼곡히 전시해 B급 감성 만물상을 잘 표현했다. 사진은 삐에로 쑈핑의 콘셉트를 잘 표현하는 직원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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