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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조업이다)G2, 첨단 제조업 놓고 혈투…무역전쟁도 불사
미국, 대중 무역수지 적자 악화일로…'중국제조 2025' 견제에 전력
2018-07-10 06:00:00 2018-07-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818개 항목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세기의 일전을 앞두고 양국은 한 치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강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고, 중국은 보복관세와 함께 유럽연합(EU)까지 끌어들이며 전선을 전면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관세 부과의 배경으로 대중 무역적자 심화를 들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3752억달러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미국 전체 무역수지의 47.1%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깔려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현실도 고려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산둥성 지난시의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기업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품 무역수지 적자는 2002년 118억달러에서 2017년 1354억달러까지 11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우주공학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역에서 적자를 보이거나 큰 이득을 얻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이 관세 부과를 하려는 1102개 품목은 '중국제조 2025'를 타깃으로 삼았다. 항공, 정보통신, 로봇, 산업기계, 신소재, 자동차 등 중국이 집중 육성 중인 산업이 중심이 됐다.
 
'중국제조 2025'는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한다면서 볼펜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일성이 발단이 됐다. 리 총리는 지난 2015년 "3000개가 넘는 중국의 볼펜 제조업체들은 연간 380억개의 볼펜을 생산하면서 전세계 수요의 80%를 충당한다. 하지만 볼펜심과 잉크의 약 90%는 일본과 독일, 스위스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제조 2025'는 총 3단계의 실현 로드맵으로 짜였다. 세계 제조업을 미국(1그룹), 독일·일본(2그룹), 영국·프랑스·한국·중국(3그룹)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해 2025년까지 2그룹 대열 진입, 2035년까지 2그룹 선두 선점, 2045년까지 1그룹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의 IT 경쟁력 제고, 중국 우위산업의 국제시장 주도권 확보, 주요 산업에서 세계 최강 경쟁력 확보 등을 꾀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차세대 정보기술과 첨단로봇, 항공·우주장비, 해양선박·플랜트,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바이오의약·의료기기 등 10대 핵심 육성산업을 선정했다. 국가 제조업 혁신센터, 스마트제조공정, 공업기반 강화 공정, 고급장비 혁신공정, 녹색 제조공장 등 5대 프로젝트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1.68%까지 끌어올리는 등의 혁신역량 확보와 품질경쟁력 지수와 부가가치율 등을 대폭 높이는 질적 성장 등을 추구한다.
 
동시에 인터넷과 제조업, 인터넷과 금융업을 결합하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플러스는 첨단기술의 또 다른 발전 축으로, 소프트웨어와 제조업 간의 융합이 근간이다.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 실물경제의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목표로 한다. 농업, 에너지, 금융, 복지, 물류, 상거래 등 11개 중점 활용 분야를 지정했으며,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구성부터 스핀오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신제조업 성장 견인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도약에 미국은 직접 견제와 자체 경쟁력 강화의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가치 재조명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폴 볼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지목했다. 때마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제조업 경쟁력 부활을 위한 7가지 제조업 혁신방안을 게재하면서 제조업 부활에 대한 논의는 급진전됐다.
 
2011년 '차세대 제조업'이란 개념이 처음 대두됐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기존 제조업을 재생하거나 새로운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라고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2013년에는 제조업 혁신 가속화와 상업화 지원을 위해 미국 전역에 국가제조업혁신네트워크(NNMI)를 구축하고 민관 컨소시엄 형태의 '제조혁신연구소(MII)' 설립을 계획했다. 2014년에는 '미국 제조업 혁신 재활성화법'이 하원을 통과하며 정부의 제조혁명 프로그램을 'Manufacturing USA'로 통일했다.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제조업'에 신규 기술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미국 전역에 설치된 MII는 11개소로, 향후 10년간 4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점화된 제조업 부흥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와 만나 정점에 도달했다.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복귀를 유도하는 '리쇼어링 정책'도 점차 효과를 내고 있다. 자금 조달의 용이성, 정부의 간섭 수준 등 전반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세이프가드, 상계 관세 등 세계 각 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통상 조치들을 꺼내든 점도 기업들의 미국행을 부추겼다. 심지어는 중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전체 사업을 옮기는 사례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에 세탁기 공장을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2010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의 평균 제조업 가동률은 74.9%로, 금융위기 이전(2002년 1분기~2008년 4분기)의 76.3%에 근접했다. 딜로이트는 미국 생산성위원회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2020년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 제조업 1위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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