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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균 뚝심 통했다…'물실호기' 노리는 스마트에너지 사업
LS산전 스마트에너지 사업 만년 적자에서 2분기 흑자전환
2018-07-29 08:49:59 2018-07-29 08:59:35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성장시대에 진입하자."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좋은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면서 스마트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스마트에너지 사업은 구 회장이 지난 2008년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10년동안 우직하게 키워온 분야다. 최근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융합사업들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면서 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LS산전은 2분기 융합사업 부문에서 매출액 117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매출액은 8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LS산전은 경영실적을 발표할 때 융합사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함께 제시했으나 실제 회사의 사업부문은 전력, 자동화, 금속 등 총 3개로 이뤄져 있다. 융합사업의 실적은 전력과 자동화 사업에 속한 철도시스템, 자동차전장,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등을 따로 모아 집계한 것이다.
 
구자균 LS산전 회장. 사진/LS산전
 
융합사업 부문은 그간 LS산전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구 회장이 CEO 취임 직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꾸준히 키워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마트에너지 시장의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최근 3년 간 매분기 적자를 이어갔고, 올 1분기에도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2분기 극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태양광과 ESS 사업을 맡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부문의 매출이 대폭 늘어난 덕이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분야는 최근 삼양그룹, 세아그룹, LS니꼬동제련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에서 ESS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매출증가로 이어졌다. 또 부품 내재화를 통한 원가절감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일본 치토세 발전소 준공에 이어 하나미즈키 프로젝트 등 태양광 EPC(설계·조달·시공)와 발전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도 호실적의 배경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 회장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스마트에너지 사업을 꾸준히 육성해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이 한창 주목을 받던 시기에는 태양광과 ESS, 자동차전장 등이 하나의 사업부를 구성했으나 현재 주력 사업부 아래로 흩어져 있다. 신사업이 초기에 수익성을 내지 못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캐시카우 사업부 안에서 자생력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고,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아울러 그는 스마트에너지 산업을 성장시키고자 외연 넓히기에도 적극 나섰다. 취임 이듬해인 2009년부터 초대 스마트그리드협회장을 맡은 뒤  4연임을 하며 산업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성장을 주도해 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물실호기'를 강조한 것은 그간 진행해오던 사업에서 결실을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지난 10년 간 키워온 스마트에너지 사업이 올해부터 서서히 안정화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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