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KEB하나, 희망퇴직 스타트…은행권 확산되나 주목
당국, 신규채용 압박도 영향…신한·국민·우리 등도 동참여부 주목
2018-08-02 14:25:11 2018-08-02 18:01:02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KEB하나은행이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은행권 전반에 감원 칼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자를 심사해 총 274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지난 2016년 이후 2년 만에 이뤄진 이번 희망퇴직은 만 40세 이상, 만 15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했으며, 관리자급 직원 27명과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지점장 이상의 관리자는 27개월 치, 책임자·행원급은 최대 33개월 치 급여를 일시에 받게 된다.
 
사진/백아란기자
 
통상 은행권이 연초나 연말에 희망퇴직을 진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KEB하나은행의 특별퇴직은 이례적이다. 이는 관리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적구조를 개선하고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신규 일자리를 확대하고, 조직혁신을 위해 노사 합의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이 하반기 첫 희망퇴직 신호탄을 쏘면서 여타 은행권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커졌다.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대되고 금융당국에서도 희망퇴직 시행을 권고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도입되는 등 은행 영업환경이 달라지면서 과거 단순 창구 업무만 하던 은행원은 차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정부에서 희망퇴직을 권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은행별로 상시화된 희망퇴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한·국민·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당장 희망퇴직을 시행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임금피크제 직원 등을 대상으로 이미 희망퇴직을 추진해서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매년 희망퇴직을 받아왔다”며 “올 상반기에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국민은행에서는 총 40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으며 신한은행은 700명의 직원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 또한 작년 말과 올 4월 두 차례에 걸쳐 1000여명이 넘는 임직원을 내보냈다. 농협은행에서는 작년 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와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 534명이 퇴직한 바 있다.
 
은행권의 전체 임직원수도 수년간 감소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1~3월) 현재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씨티·SC제일은행 등 국내 8개 시중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9만136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기간의 9만3566명과 비교해 2.3%(2197명) 축소된 것이다.
 
은행권 희망퇴직 확대 가능성이 커지며 노사 간 갈등도 예상된다. 금융노조는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자리 정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 영업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만큼 신규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해 ‘아버지 세대’의 퇴직을 늘리는 것은 일자리정책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