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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업종 투자·고용 '착착'…조선은 '딴 나라 얘기'
삼성·SK·한화 주력사업 대규모 투자…기간산업 조선업은 외톨이
2018-08-13 15:24:18 2018-08-13 15:24:18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재계가 반도체, 태양광 등 유망업종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조선업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국내 조선소 직원들은 일자리를 지키려고 무급으로 쉬는 실정이다. 구조조정이 일상이 된 형국이다. 수주마저 갈수록 줄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하계휴가가 끝나면서 구조조정설이 부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이날부터 재개된 임단협에서 순환 무급휴직을 논의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유급휴직을 진행했다.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자 무급휴직을 꺼낸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고정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급휴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무급휴직에 반대하고 있어 노사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문을 닫은 군산조선소 전경. 마지막 건조선박이 도크를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는 삼성중공업의 순환 무급휴직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경영개선 계획을 채권은행에 내면서 생산인력 5000여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최근까지 3400여명이 축소됐다. 무급휴직 이후에도 경영이 개선되지 않아 추가 인력감축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82억 달러로 잡았지만 현재까지 29억 달러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20일 해양플랜트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014년 수주한 나스르 플랜트를 인도하면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생산직 1800명이 유휴 인력으로 남게 된다. 중형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은 매각에 앞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생산직과 관리직은 각각 570명과 250명 남아 있다. 회사는 생산직 147명과 관리직 215명만 남기기로 했다. 생산인력을 81.3%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고,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조선업은 수출효자 종목인 반도체와 유망업종인 바이오, 친환경에너지와 비교해 분위기가 딴판인 상황이다. 최근 재계는 주력사업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에 180조원을 투자한다. 4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반도체, 소재, 정보통신(ICT) 부문에 80조원을, 한화는 태양광, 항공기 부품 등에 22조원을 투자한다. SK와 한화에서 각각 2만8000개와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유망업종은 대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협력업체 채용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조선업은 제조업 중에서 일자리가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업종이다. 고용보험통계에 따르면 조선업 노동자의 추이를 볼 수 있는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종사자는 2016년 6월 19만6000명에서 지난 6월 13만명으로 6만6000명 줄었다.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종사자의 90%는 조선업이 차지한다. 조선업 밀집지역인 울산, 경남, 전북, 전남에서 고용보험 피보험자수가 급감했다. 고용보험 자격을 상실한 노동자 중 상당수가 조선업종에서 근무했다. 조선업 불황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가혹한 상황이다. 조선업이 2016년 7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서 4대보험 납부가 유예됐다. 사내하청업체는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고 폐업하면서, 노동자가 미납액마저 떠안았다. 명절상여금이 체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업계는 글로벌 조선경기는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수요가 늘면서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선박 교체수요가 끝나면서 경기 쇠퇴기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업이 과잉상태에 있다고 진단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조선설비와 인력을 감축하고, 중국과 경쟁에 대비해 인건비를 낮춰야 한다"며 "조선업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핵심 역할을 하는 숙련노동자와 엔지니어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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