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수도권 공급확대의 역설…집값 더 뛸 우려
공급늘린데도 부동산 들썩…개발 호재, 투기 부추겨
지역 균형발전도 저해…"지방 개발로 수요 분산시켜야"
2018-09-04 15:34:33 2018-09-05 20:15:59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수도권 중심 공급확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공급확대 계획이 되레 시황을 급등시켰다. 배후수요와 신흥상권을 확보하게 된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8.27 부동산 대책에도 지난달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연중 최고가를 갱신했다. 공급확대와 투기규제지역 조정이 골자인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선 오히려 호재로 인식된 것이다. 실제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경기, 인천 등지로 번졌다. 택지 개발 대상지역이 선정될 때까지 이 곳은 모두 후보지다. 그 때문에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내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곳들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개발을 철회한 강북도 여전한 급등세다.
 
실수요 중심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것인데 이들 시장이 끓어오른 데는 배후수요 확보 및 주변 인프라 개발 호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 인근에 신흥상권이 조성되고 직주근접으로 서울 중심 상권 역시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8.27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수도권 일대 공급을 늘릴수록 상권이 집중되고 또다른 수요자가 몰리면서 투기도 가세하는 부동산 버블 악순환을 배제하기 어렵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규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거주자들이 서울로 통근하거나 중심 학군이나 생활인프라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그러한 유동인구에 기인해 각종 상권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은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등 투기 수요를 끌어당긴다”고 지적했다.
 
8.27 대책 후 가격 급등은 택지공급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시일이 오래 걸려 정책효과가 떨어지는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공급부족에 집값이 오른다는 시각을 달리 볼 여지도 제공한다. 공급 확대로 실수요자는 관망세가 이어질 공산이 큰데도 가격이 오른 것이다.
 
서울은 거래절벽으로 매매 관망세가 짙어 일시적 공급경색을 겪는 상황이라 집값 추이와 수급문제 연관성을 따지기도 무리가 있다. 당국이 집계한 통계상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 향후 5년간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파악됐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지방은 부동산 침체가 극심한 가운데 수도권에만 집중되는 개발 호재가 지역경제 침체, 양극화 등 사회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서울 집값을 꼭 꺾어야 한다는 발상이 위험하다”며 “지방 개발을 통한 균형발전으로 수요가 자연스럽게 분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