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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38년 만에 새 노조 설립…'무노조' 깨지나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기존 노조 군부정권 때 해산
2018-09-11 11:26:58 2018-09-11 16:31:31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포스코에 강성 성향의 민주노총 노조가 출범했다. 노조는 15일 비공식총회를 열고 노조의 첫 닻을 올린다. 포스코는 과거 국영기업 시절 제철보국(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한다)의 기치로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다. 노조 설립으로 사실상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했던 포스코에 변화가 예상된다. 
 
포스코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1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 소속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했다. 상급단체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다. 이들은 구청에 노조 설립신고증을 내는 대신 금속노조에 포항지부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현재 포항지부가 온라인을 통해 노조 가입신청서를 받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 설립은 30대 직원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꾸려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카카오톡 익명채팅방을 열어 노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노조 활동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회사가 노조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포스코의 직장문화 전반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장받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 50년 동안 포스코 노동자들은 제철보국 이념 아래 노동3권을 누리지 못했다"며 "노사 공동이익에 기반을 두고 포스코의 5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노조를 설립한다"고 출범 선언문을 통해 말했다. 노조는 철강 제조공정의 특성상 위계적인 조직문화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15일 비공개 총회를 열고 노조 활동과 관련한 계획을 논의한다. 조합원수를 늘리고 임단협을 체결해 노조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게 목표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임단협을 체결하면 포스코 최초로 노사가 맺는 임단협이 나온다. 사내하청 노조를 중심으로 노조활동은 있었지만, 포스코의 정규직 노동자가 활동하는 노조는 없었다. 노동계는 포스코가 사실상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준 고 포스코 명예회장이 1960년대 대한중석 대표를 맡던 시긴 노사갈등이 심해, 무노조 경영 방침을 도입했다고 노동계는 설명했다.
 
포항제철노조가 1988년 설립됐고, 1990년 강성성향의 대기업연대회의에 가입한 이후 전방위적인 탄압을 받았다. 노조 조합원의 강제전보, 병역특례 등이 취소되면서 2달 만에 조합원 1만6000명이 탈퇴했다. 노조 간부가 금품을 수수한 사건도 조합원이 탈퇴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제조업 노조였는데, 현재 조합원 9명만 남은 휴먼노조(활동이 없는 노조)로 쇄락했다. 
 
포스코 노조는 노동계와 재계, 철강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가 안착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은 "포스코 노동자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고, 무노조 역사를 끝내기 위해 안착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며 "정부는 포스코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호될 수 있게 부당노동행위를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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