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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갇힌 삼성전자]①사상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바닥
반도체업황 우려에 투자심리 '꽁꽁'…외국인 순매도세
2018-10-08 06:00:00 2018-10-08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실적과 최저 수준의 주가란 부조화는 투자심리 위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저평가 상태란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화려한 실적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업황 우려 탓에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천장 뚫은 실적…최저가 맴도는 주가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증가했다고 밝혔다. 11분기 연속 이익 증가세로 올해 1분기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 15조6400억원은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 17조2000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영업일수로 나누면 하루에 1900억원, 시간당으로는 80억원가량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놀랍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실적이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에 한참 못 미친다. 3분기 실적 발표 당일 삼성전자는 전날과 같은 4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월20일 장중 기록한 52주 최저가 4만3500원과 비슷한 가격대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4일 액면분할 후 거래가 재개된 뒤 줄곧 내림세를 탔고 사상 최대 실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주가의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
 
반도체 고점 우려에 발목…지배구조 문제도
 
삼성전자 주가가 오름세를 나타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우려로 위축된 투자심리다.
 
박성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펀더멘탈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라며 "반도체 가격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이 있는데 투자자들이 업황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램 가격이 공급과잉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삼성전자의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수급 주체별 매매 동향을 봐도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외국인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6월부터 이달까지 1조2096억원 순매도했다. 8월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우위고 이달에는 4거래일만에 3000억원 가까이 팔았다. 노무라자산운용은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 보유주식 430만주를 전량 처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인은 6월부터 1조6615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4616억원을 순매도했다.
 
보험업법 개정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 비중을 팔아야 한다. 규모는 17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나올 수 있어도 삼성전자의 주가를 크게 흔들 만한 요인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식 처분이 시장 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배구조 문제는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이슈가 아니고 최소한 투자심리를 훼손하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될 문제고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인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A 연구원은 "정부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 해소는 원만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며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은 현재도 지배구조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보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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